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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일거리 삼아 가는 카페에 오늘 날씨도 좋은데 다들 집에서 뭐하시냐는 글 몇 개가 연달아 올라왔다. 뭐가 날씨가 좋다는 거야. 이렇게 찌뿌듯한데. 창 밖을 한 번 흘끗 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바깥에 펼쳐진 하늘은 잔뜩 찌푸린 채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소위 좋은 날씨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었다. 대한민국 어지간히 넓어서 저분들 사시는 동네는 날씨가 좋은가 보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다.
점심을 먹고, 빨래를 하고, 탈수가 끝난 빨래를 널기까지를 다 하고 나서 문득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헉 소리를 냈다. 온도가 무려 영상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얼마 전까지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어쩌구 하지 않았었냐고. 그런데 오늘은 뭐? 영상 10도? 이쯤 되면 '사계절이 분명하다'는 말만 듣고 이 땅에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 할아버지는 부동산 사기를 당한 거라던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생각나 피식 웃다가.
한참 후에 저도 모르게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2월 4일이니까, 오늘이 입춘이구나.
40대 중반이라는 이 나이가 무색하게도 나는 아직까지 '절기'라는 것을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산출하는지 모른다. 양력처럼 해마다 같은 날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음력처럼 매년 몇 주씩 날짜가 달라지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2월 4일이 입춘이고 대개 12월 22일 경이 동지라는 것 정도는 아니까. 오늘이 벌써 입춘이구나. 물론 이 절기라는 것은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농사일을 하면서 살던 시절에 쓰던 것이어서 봄이 왔다고는 해도 아직은 날씨가 춥고, 가을이 왔다고는 해도 아직은 날씨가 덥긴 하다. 그래도 일단, 시간은 이미 그런 식으로, 겨울은 대충 끝났고 이제부터는 돌아올 봄에 파종을 하고 부지런히 한 해 일할 계획을 세우라는 가이드라인을 알려주고 있는 셈이었다.
핸드폰에 의하면 날씨가 푸근한 것도 이번주 중순 정도까지고, 주말이 가까워오면 또 지난번 같은 혹한까진 아니라도 소소하게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날씨가 무려 영상 10도를 찍은 기념으로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집 근처 마트에 마실이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불쑥 나가본 마트는 설에 쓸 온갖 선물세트와 제수용품, 그리고 다음 주로 다가온 발렌타인데이용 초콜릿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시간 참 잘 간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겨울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물론 아직도 눈물이 쏙 빠질 만큼의 강추위가 두어 번 정도는 남았을 테고, 마지막 몽니 비슷하게 부리는 꽃샘추위도 남아 있겠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