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며칠 전에도 한 번 비슷한 말을 쓴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브런치의 통계 페이지를 구경하는 것은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허공을 향해 혼잣말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매일매일 쓰고 잇는 브런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내 글이 어떤 경로로 어떤 주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발견되었는가 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등한히 할 수 없는 사항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제도 그런 기분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쉬는 시간에 브런치 통계 페이지에 들어가 이런저런 것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늘의 검색 유입에는 어떤 단어들이 올라왔나 살펴보다가 나는 그만 소리 내 웃고 말았다. '유통기한 2년 지난 소면'이라는 문구가 대번에 눈에 와 박혔기 때문이었다. 이거 이거, 여기 또 정신줄 놓고 살다가 2년 묵은 소면을 어디서 찾아낸 분이 계시는구만. 그런 생각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 역시도 언젠가 한 말의 재탕도 아닌 삼탕쯤은 되는 것 같지만, 인터넷의 가장 뛰어냔 효용 중의 하나는 '세상에 이따위로 살고 있는 것이 나 하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게 해 주는 것일 것이다. 열심히, 부지런히, 잘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그닥 해당사항이 없는 이 항목은 그러나, 어딘가 나사가 빠지고 정신줄을 놓은 듯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꽤 유용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꽤 강하고 빠르게 사람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 유통기한이 넉 달 지난 소면을 발견한 그날,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난 아마도 '도대체 뭘 하면서 사느라 이 유통기한 긴 소면 한 봉지를 다 못 먹고 기한을 넉 달이나 넘겼는가'부터 시작해서 지난여름의 갑작스러운 입원과 그의 갑작스러운 떠나감까지를 거슬러 올라가며 내 인생을 무작정 파 뒤집어엎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사는 게 바빠서, 혹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해서 소면의 유통기한을 훌쩍 넘겨버린 나 같은 많은 사람들이 존재했고 설마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인생을 막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소면의 유통기한을 넘기는 일쯤은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고 비교적 손쉽게 털고 넘어가 버릴 수 있었다.
소면뿐만이 아니다. 내 브런치의 검색어에는 대개 냉동 붕어빵 덥히는 법이라든가 떡 찌는 방법이라든가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 같은 '알 만한' 검색어들이 올라온다. 그래서 새삼 생각하게 된다. 사람 사는 건 대개 거기서 거기까지고, 내가 하는 삽질은 남들도 비슷하게 하면서 살고 있는 모양이라고.
그래서, 말씀드린다. 소면은 마른 곳에 밀봉한 채 잘 보관했다면 유통기한을 조금 넘겨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것 같다. 실제로 나 또한 유통기한을 이제 넉 달도 아닌 다섯 달 지난 소면을 잊을 만하면 끓여서 잘 먹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2년이나 지났다면, 웬만하면 그냥 폐기하시고 새것을 사시는 게 어떨지 하고 권해드린다. 독자님의 건강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