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흐트러진 이불을 다시 깔면서 요즘 들어 부쩍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아, 저 전기장판도 이제 슬슬 걷을 때가 돼가는구나. 뭐 아직은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긴 하다. 요 며칠 사이 날은 몰라보게 많이 기세가 누그러들어서, 한동안 매일 껴입고 있던 기모까지 붙은 조거 팬츠 씩이나 껴입지 않아도 그럭저럭 하루를 날 수 있게끔까지 되었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하루를 마치고 30분쯤 전에 미리 스위치를 올려두었던 전기장판에 파묻혀 아 따뜻해 하고 비명을 지르는 그 순간이 요즘 내 하루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인 것만도 사실이기는 하다.
며칠 전 확인해 본 바, 전기장판을 쓰지 않던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전기 요금은 5천 원 채 안 되게 더 나온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사는 모습이란 참 지겨우리만큼 똑같고 그 사이 딱히 전기를 더 먹는 무슨 물건을 들인 일도 없으니 그 돈은 온전히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데 들어간 돈이라는 이야기가 되겠고 그 정도의 돈을 들여 그 춥고 긴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냈으면 이건 아주 만족할만한 선택이다. 역시나 이 3만 원 조금 넘은 전기장판을 산 것은 올 겨울에 내가 한 모든 일 중 가장 잘한 일인 게 맞았다.
그러나 다만, 이제 날이 슬금슬금 따뜻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기가 어렵다. 당장 2주쯤 후면 3월이다. 물론 3월 정도까지는 겨우내 신세를 진 롱 패딩을 세탁해 커버로 싸서 옷장 깊숙한 곳에 집어넣는 섣부른 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대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3월이 되면 그때부터는 이미 겨울은 아니다. 이럴 때 미적거리면서 내일 걷겠다 모레 걷겠다 하는 식으로 조금만 질질 끌다 보면 어느새 에어컨을 트느니 마느니 하는 시기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침대 시트 밑에는 전기장판이 깔려 있는(물론 켜고 자지는 않을지라도) 그런 일도, 살다 보면 우습게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저 전기장판을 언제쯤 걷는 것이 기가 막힌 타이밍일까. 현재로서는 3월 중순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2월이 끝나면서 걷는 것이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랬다가는 또 한두 번 정도는 분명히 남아있을 때늦은 추위에 전기장판 너무 빨리 걷었다고 귀먹은 불평을 늘어놓을 내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에 2주 정도는 더 미적거려 보는 것에 가깝다. 3월 말쯤이 되면 그때부터는 정말로 전기장판을 켜야만 잘 수 있는 날은 거의 없을 테니까.
이렇든 저렇든 날은 꾸역꾸역 가고 있다. 그리고 저 전기장판을 싸 넣고 2주쯤이 지나면, 나는 그가 떠나간 두 번째의 봄을 맞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거기선 밥 잘 먹고 잘 놀고, 아프지 않게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최소한 거기서는 전기장판을 언제 펴서 언제 걷느냐 하는 고민 같은 건 안 해도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