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이상하게 유행이다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정기결제다. 말 그대로 매달 일정액씩을 내면 그에 맞는 이런저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상품인데, 고정적인 수입원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회사 입장에서야 한 번 해 볼만한 일이겠지 싶긴 하다. 물론 그걸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한 소셜 커머스의 정기결제를 처음 건드린 것은 '감자빵'에 낚여서였다. 지금이야 별의별 곳에서 다 파는 감자빵이지만 원래 그 감자빵이라는 것은 강원도의 어느 한 카페에서만 팔던 나름 그 동네에 가지 않고는 먹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당시에 맛있는 빵이라면 일단 한 번은 가서 맛을 본다는 신조를 갖고 있던 그와 나는 그 카페에 찾아가 감자빵을 사다 먹어본 적이 있었고 과연 소문날 만한 빵이라는 합격점을 줬었다. 그리고 그가 떠나간 지도 한참 지난 어느 날, 그 소셜커머스에서 다른 것도 아닌 그 감자빵을 미끼상품으로 들이밀며 가입자에 한해 여섯 개 들이 한 팩을 100원에 판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 걸어온 순간, 나는 반쯤은 홀려서 그 서비스에 가입을 하고 말았다. 뭐 일단, 그 달에 한해서는 그 감자빵 가격을 할인받는 금액만으로도 정기결제 금액을 충분히 넘기긴 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내 정기결제는,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의 경우 매달 내는 돈만큼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달을 넘겼다. 그래서 매번 해지한다 해지한다 하면서도 잊어버리기를 반복해 오늘까지 왔다. 물론 그간 정기결제를 한 돈이 전부 의미가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소셜 커머스는 빠른 배송으로 유명한 곳이고, 이곳에서 물건을 살 때 나는 그 정기결제 덕분에 배송비를 물지 않거나 좀 더 빨리 배송을 받는 등의 혜택도 소소하게 누리기는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뭔가를 사는 것도 아닌데 매달 일정한 돈이 지출된다는 것은 역시나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물론 그런 주제에 챙겨놨다가 해지를 하지 않고 카드 결제 문자가 오고 난 후에야 아 이번 달도 해지 안 했다 하고 이마를 치는 나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투덜댈 자격은 없는 것이겠지만.
지난주에 생각지 못한 지출이 몇 가지 있었다. 그러느라고 생활비 통장의 잔고가 바닥난 것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갑작스러운 카드 결제 실패 문자에 아 잔고 채워놔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그 금액을 보고 이거야말로 문제의 정기결제가 실패했다는 얘기로구나 하는 걸 눈치챘다. 이거야말로 기회였다. 나는 당장에 소셜 커머스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기결제를 해지했다. 물론 해지 페이지에서는 그간 내가 이 서비스를 이용함으로 인해 절약한 금액이 얼마이며 앞으로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얼마라는 둥 하는 데이터가 나열된 페이지를 띄웠지만 일단 무조건 헤지를 눌렀다. 이럴 기회가 아니면, 나는 또 언제나 이 서비스를 해지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물론 내가 이런 식으로 끌려다니고 있는 정기결제는 이것 하나만 있진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언젠가도 한 번 언급한 것 같은 iptv의 월정액 서비스다. 아. 이젠 그것도 언제 날 잡아 해지해야 하는데. 말이 난 김에 그냥 하면 될 것을, 또 뭐가 그리 귀찮고 안 내켜서 다음에 하자고 그렇게 모른 척 덮어놓고 만다. 별 필요도 없는 정기결제 하나 해지하는 데도 '결심'이 필요하다니. 참 인생 사는 일 피곤하다. 이 사람은 그런 게 싫고 귀찮아서 먼저 내뺐을까. 남자가 돼가지고 의리 없기는. 오늘도 기어이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