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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경우는 그걸 구글 두들(Google doodles)이라고 부르던데,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특별한 이슈가 있는 날 로고 쪽에 그 이슈를 반영한 다른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넣는 것 말이다. 가끔은 아 이건 오늘 하루 반짝 보고 지나가기 아깝다 싶을 만큼 예쁜 디자인인 것들도 좀 있어서 사용자 설정으로 마음에 드는 로고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어제는 무슨 날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로고 위쪽으로 꽃이 잔뜩 피어있는 애니메이션이 돌아가고 있어서 또 뭔 일인가 싶어 눌러보았다. 봄꽃이 피는 예상 날짜를 지역별로 표시해 놓은 지도가 떴다. 봄꽃이라고 다 같은 봄꽃이 아니라는 건지,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의 세 가지 꽃의 개화 시기가 따로 표시되어 있었다.
내 경험상 세 꽃 중 가장 빨리 피는 꽃은 개니리다. 모르긴 해도 개나리는 아마 지금쯤 이미 폈을 것이다. 그래도 봄 하면 벚꽃이니, 올해 벚꽃은 언제쯤 피려나 싶어 벚꽃 지도를 눌러보았다. 내가 사는 지역은 3월 말쯤에 벚꽃이 필 예정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3월 말이면 내일이 3월 말일인데. 정말로 벚꽃 필 때가 되어가나 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꽃잎 모양 버튼이 있어서 한 번 눌러보았더니 브라우저 가득 벚꽃 잎이 흩날리는 애니메이션이 흘러나와서, 진짜 벚꽃도 아닌데도 잠시 탄성을 내질렀다. '눈의 여왕'을 처음 본 빨간 머리 앤처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일부러 한참 고개를 디밀고 큰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를 빙 둘러 심어진 벚꽃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피었다고까지 할 것은 아니지만 길 하나 건너 멀러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가지들이 죄다 연분홍빛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며칠 사이에 저 가지들이 죄다 벚꽃으로 피겠지. 그러면 그때부터는 입에 발린 말로라도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봄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계절은 변하고, 또 봄은 그렇게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그렇게 훌쩍 가버릴 것이다. 지금까지의 봄들이 내내 그러했듯이.
올해 봄에는 정말 편의점 유부초밥이라도 한 접시 사서 집 근처 가까운 빚꽃그늘에서 앉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 주면 돌아올 그의 양력 생일엔 잊지 말고 꼭 물어봐야겠다. 거기는 어디 벚꽃 볼만한 곳은 좀 있는지. 물론 거기는 여기보다 뭐든 아름답고 행복한 곳일 테니 그깟 벚꽃이야 지척에 널려 있겠지만, 벚꽃이라는 건 늘 그렇듯이 꽃이 문제가 아니라 보려는 사람의 마음이 문제더라고. 당신도 올봄이 그렇게 훌쩍 가버리기 전에 유부초밥 싸서 벚꽃이라도 보러 가라고. 내가 가는 곳에 같이 와주면, 더욱 고맙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