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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01. 2024

5월에는, 좀

-156

또 한 달을 보내고 달력을 넘기다가, 나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벌써 5월이다. 올해도 어어 하는 사이에 벌써 3분의 1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도대체 뭘 하면서 살았나. 그냥 지난 한 달 그의 2주기 및 기타 등등을 지내느라 부지런히 봉안당에 쫓아다닌 것 말고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년 이맘때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 같은데 언제나 그렇듯 지금 내 앞에도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떨어져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기분으로 상황이 돌아가는 걸 지켜보고 있지만 딱히 뭐가 어떻게 잘 풀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봉안당에 갈 때마다 애먼 그에게 온갖 징징대는 소리를 하면서, 혼자 그렇게 편하고 좋은 데 갔다고 나 몰라라 하지 말고 남은 사람 사는 것 좀 살펴 달라는 생떼를 한참이나 부리고 오곤 한다. 그러나 아직은 그로서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모양이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월말을 맞아 이리저리 나갈 돈은 많고, 빠듯하게 이리저리 맞추어놓은 잔고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목돈이 덜커덕 빠져나가 버려 나는 잠깐 망연자실해졌다. 그래서 혼자 점심을 먹는 내내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나 자신'을 꾸짖고 야단치느라 오후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에라, 할 수 없다고, 그나마 내일이 노동자의 날이라 어지간한 곳은 하루 쉬어가니 그다음 날 정도엔 어떻게 수습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까지를 겨우 하고 한 시름을 돌렸을 때 나는 이번달 작업비가 조금 때 이르게, 소리소문 없이 입금돼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그러니까, 그의 도움은 이런 식이다. 뭔가 돈벼락 같은 걸 떨어뜨려서 단박에 이것저것 해결해 줄 정도의 짬밥은 안 되는 것이 분명한 그는(사실 거기 간지 이재 겨우 2년 된 사람에게 무슨 실권이 있겠는지) 그래도 어떻게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내 일상을 지켜주느라 애를 쓰고 있구나 하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이달 안으로 해결해야 하는 그 일도 그런 식일 것이다. 아마도 단박에 그 일을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조금 시간을 벌어준다든가, 해결할 방법을 넌지시 알려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모종의 도움이 있을 거라고 턱없이 믿고 있는 중이다. 지금껏 그가 내 곁을 떠난 2년 내내 그런 식이었듯이. 자세한 사정은 너무 길어 차마 다 적기 어렵지만, 작년의 그 갑작스러운 입원만 해도 그렇다. 그 일로 인해 나는 한동안 골머리를 썩던 많은 일들을 반 강제로 정리하고 많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으니까.


달력의 날짜가 바뀐 걸 보고 대번에 한숨부터 나오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날 도와주려고 애쓰는 사람이 한 명은 있을 것을 믿고, 이번 달도 용감하게 살아보기로 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이왕 도와줄 거 화끈하게 좀 도와줘 보라는 칭얼거림도 조금은 남겨두기로 한다. 내가 이런 식으로 치댈 데라고는, 예나 지금이나 당신 하나밖에 없어서.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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