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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04. 2024

내가 뭘 먹고 싶은지 아는 것

-159

한동안 몸이 한 2 킬로쯤 불었다. 하던 홈트 똑같이 하고, 먹던 음식 대동소이하게 먹었는데도 그래서, 뭐 빠질만하면 빠지겠거니 하는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아닌 게 아니라 도로 빠져서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다. 일단 지금 정도의 운동량과 식단을 가지고는 이 이상 살을 빼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불쑥 뭔가 먹고 싶다는 욕구가 들 때가 있다. 아마도 이번 한 주도 무사히 넘겼고(특히나 이번 주에는 그간 골머리를 썩이던 일 두 가지 정도를 해결했으니 더더욱) 내일부터는 휴일이다 싶은 생각에 마음이 풀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이번주는,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어린이날이 낀 연휴라 더욱 그런 것도 같고.


그래서 일곱 시도 넘은 시간에 지갑을 들고 집 앞 편의점에 무턱대고 갔다.


'무엇 무엇이 먹고 싶다' 하고 항목이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날이 있다, 그러면 다음 액션은 아주 간단하다. 인생 뭐 있나 하고 먹거나, 내일 아침의 체중계 숫자를 생각하며 꾹 참고 먹지 않거나 둘 중 하나만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나는 '입이 심심해서 뭘 좀 먹고는 싶은데 정확히 뭘 먹고 싶은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에라 일단 가 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편의점에 갈 때가 많다. 어제도 그랬다. 나는 편의점을 몇 바퀴나 돌며 냉동 피자니 핫도그니 생크림빵이니 갑자칩이니 하는 것들을 한 번식 집었다 놓았다. 이것도 맛있을 것 같고 저것도 맛있을 것 같기도 하다가, 또 생각하기 따라서는 이것도 썩 안 땡기고 저것도 썩 안 땡기는 상태인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참을 망설이던 나는 결국 3천 원에서 100원이 빠지는 샌드위치 하나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끔 이 시간쯤에 드는 이 정체 모를 출출함 혹은 입이 심심하다는 감각은 정말로 내 몸의 열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뭔가를 먹는 것을 핑계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그립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 거라면 뭔가를 먹고 싶긴 한데 도대체 뭘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내 상태는 그것으로서 대략 설명이 된다. 애초에 내 목적은 뭔가를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뭘 먹어도 맛있거나 뭘 먹어도 마음에 안 들거나 한 상태이기 때문에 말이다. 이른바 가짜 허기라고나 할지, 뭐 그런 식으로.


샌드위치는, 뭐 그만하면 맛있었다. 요즘 편의점 샌드위치는 어지간한 베이커리 샌드위치만큼 잘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내가 딱 먹고 싶었던 그 무언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이냐고 그가 묻는다면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혼자 먹는 간식이 다 그렇지 뭐, 하는 한 마디밖에는.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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