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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13. 2024

습관 들이기

-168

얼마 전에 쓰던 글에 첨부한 사진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제멋대로 썼다가 독자님께 단단히 혼이 난 일이 있어서 그 후로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면 1차적인 출처 정도는 꼭 명기를 하자고,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가급적이면 그렇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여기서 '가급적'인 이유는, 내가 글을 다 써놓고 출처를 적어야 한다는 사실을 꽤나 자주 '까먹고' 한참이나 후에야 부랴부랴 다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글에 첨부하는 이미지를 주워 오는 곳은 대개가 구글이며, 그러니 일괄적으로 구글에서 가져왔다는 한 줄 정도만 치면 될 텐데도 나는 평균적으로 이틀에 한 번 꼴로는 출처를 명기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 사실을 글을 발행한 지 한참이나 지나서야 발견하고 허둥지둥 수정하는 일이 잦다는 게 말이다.


이유야 뭐 딱히 별다른 것이 있을 것 같지 않고 그냥 '습관이 들지 않아서'일 것이다. 사람이 없던 습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사람이 하나의 패턴을 몸에 익은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에 대한 연구는 몇 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긴 하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것 같다. 가장 일차적으로 최소한 3주 정도 몸이 그 습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이 21일이라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적응기간'을 말하는 것이고 몸에 배어 자동적으로 나오는 습관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아마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 실제로 나는 그가 떠난 이후 입원해 있던 서너 달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한 홈트가 아직도 '습관'이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루틴으로 정착시키는 데 겨우 성공했다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시간은 아침에 할 일을 마쳐놓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의 자투리 시간이며, 그래서 나름대로는 상당히 심정적으로 분주할 시간이다. 그러니 그 와중에 이미지에 출처를 쓰는 버릇을 들이기로 마음먹은 지 이제 1, 2주일 남짓한 내가 수시로 그 작업을 까먹어버리는 것은 그리 놀라울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한 번 그러기로 마음먹은 이상은 최소한 까먹는 횟수라도 좀 줄여보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한다. 글에 들어갈 모든 사진을 내가 직접 찍어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누군가의 수고로 제작된 컨텐츠를 무임승차에 가깝게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일단은 사실이고, 그 점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또한 알 권리가 있으니까. 이 브런치에 쓰는 글들로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다는 점은 거기에 변명으로 쓰일 만한 전가의 보도는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다.


슬슬 글을 마무리지을 문단에 들어오니 다시 한번, 오늘 이미지에는 꼭 출처를 명기하자, 하고 스스로에게 주의를 준다. 없던 습관을 만드는 것은 있는 습관을 없애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하는 게 맞는 거니까. 여기 쓰는 글들이 정말로 내 책상 서랍 속 혼자 보는 일기장에 쓰는 글들이 아닌 이상은.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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