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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15. 2024

체험판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170

그러니까 지난 5월 1일쯤이었던 것 같다. 가끔 가는 카페 게시판에 '오늘부터 드디어 주 4일제 트라이얼 버전이 실시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서 이게 무슨 소린가 한동안 어리둥절했었다. 아, 그러니까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대체 휴일, 석가탄신일 까지가 짠 듯이 거의 일주일에 하루씩 나누어져 들어가 있어서 3주 연속으로 주 4일 간만 근무하면 된다는 말을 그렇게 재치 있게 쓴 모양이었다. 그 뜻을 깨닫고 나서야 한참을 웃었다.


이미 브런치에도 몇 번을 썼지만 나는 딱히 출근해서 일하는 직업을 갖고 있진 않다. 그러니 나에게 주 4일이란 아무래도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러시 아워 속을 뚫고 나가 아홉 시까지는 책상 앞에 앉아있어야만 하는 많은 분들과는 그 소회가 다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도 휴일은 소중하다. 쉬는 날은 일단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빡빡한 정도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쉬지 않을지라도 내게 일을 주시는 분들은 쉬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조금 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 옛날엔(사실 그리 오랜 옛날도 아니다) 토요일에도 근무 다 했었다면서요 그럼 일주일이 쉬는 날이 고작 일주일 하루라는 이야긴데 그러고 어떻게 살았나요? 하는 '요즘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러게 그땐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때는 또 그때 나름대로 그렇게 살아졌던 걸 보면 역시나 사람은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게끔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인 모양이다.


아무튼, 그 3주에 걸친 '주 4일제 트라이얼 버전'은 오늘로 마무리된다. 이번 주야 뭐, 또 한 이틀만 견디면 주말이라지만 이제 현충일이 든 6월 첫 주까지는 꼬박 일주일 풀로 일상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이 펼쳐져 있다.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를 조심스레 시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본 기억이 있다. 아마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토요일에도 무조건 출근하는 것이 당연했다가, 한 주 걸러 한 주씩 쉬는 소위 '놀토'가 생겼다가, 이제 토요일은 으레 쉬는 날인 걸로 다들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 사는 세상은 그렇게 발전해 나가게 마련이니까.


그러고 보니 만일에 주 4일제를 한다면 월요일에 쉬는 것과 수요일에 쉬는 것과 금요일에 쉬는 것 중 어떤 것이 좋은가를 놓고 한참 입씨름을 벌이던 것을 본 기억도 난다. 나는 당연히 월요일 파인데 그라면 아마도 수요일에 쉬는 쪽을 선호했을 것 같다. 그의 스타일 상 주말에 하기에는 뭔가 품이 들고 피 같은 주말을 좀먹는 기분이 드는 일거리들, 이를테면 청소라든가 집안 곳곳을 돌보는 일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몰아서 해치워버리는 날로 수요일을 쓰고 그 대신 주말엔 정말 귀찮은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일정을 짜지 않았을까. 일주일에 쉬는 날이 이틀인지 사흘인지 하는 것 따위는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곳으로 가 버렸으니 이젠 어쩌고 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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