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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17. 2024

어깨가 문제가 아니라

-172

일정 연령 이상 나이를 먹은 사람 중에 어깨 안 아픈 사람이라는 게 과연 있긴 할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를 보고, 컴퓨터를 보지 않을 때는 핸드폰을 본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 웅크린 생활을 하루 종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어깨는 말리고 고개는 앞으로 내밀어지고 목 뒷덜미부터 어깨를 지나 등까지가 온통 남의 살을 한 덩어리 붙여놓은 것마냥 굳고 아프게 마련이다. 이건 뭐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서른이 조금 지나면서부터 어깨 아프다는 말을 노상 입에 달고 살았다. 특히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의 근육이 너무나 뻐근하고 아파서 좀 뜯어다가 뜨거운 물에 푹 담근 후 빨랫방망이 같은 걸로 흠씬 두들겨 패서 말랑말랑하게 만든 후 다시 끼워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을 했다가 그에게 무슨 그런 살벌한 말을 하냐는 핀잔을 들은 적도 꽤 여러 번이었다. 그때 이미 그랬었으니, 그때로부터 10년도 훌쩍 지난 지금에야 뭐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싶다. 어깨가 이렇게 아픈 것은 대부분이 자세 문제고, 그래서 의식적으로 자세를 고쳐 앉고 한 시간에 한 번씩이라도 스트레칭을 하라고는 한다. 그러나 뭐, 수능을 잘 보는 요령은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는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실제로 만점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듯이, 저렇게 해야 한다는 걸 알아도 살다 보면 저 별 것 아닌 것조차도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너무 뻐근하고 아파서 도수치료라도 받으러 가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제는 정도가 좀 심해서, 결국 사다 놓고 구석에 처박아놓은 마사지볼을 꺼내 어깨 언저리를 몇 번 벽에 대고 문질렀다. 그러다가 너무 세게 문지른 탓인지 마사지볼이 쑥 미끄러져 견갑골 근처까지 내려갔는데 진짜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아픈 부위가 있었다. 단순히 뼈가 문질러졌기 때문에 그렇게 아픈 것 같지는 않았다. 조심조심 조금 전 그 부위를 찾아 마사지볼에 대고 꾸욱 눌러보았다. 역시나 식은땀이 바싹 날 정도로 아팠다. 이상하게 어깨가 문제가 아니라(전혀 그렇지 않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여기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연신 터지는 비명을 참아가며 견갑골 주변을 좀 문지르고 이것저것 찾아보니, 아닌 게 아니라 거북목 및 기타 등등의 증상으로 심각하게 뭉치는 근육 중에는 날개뼈 언저리의 근육들도 있다는 모양이고, 이곳은 손도 잘 안 닿아서 상대적으로 모르고 넘어가기가 쉽다는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팔을 움직여보니 기분 탓인지 전보다는 많이 가벼워진 기분이 들기도 해서, 오늘부터는 하루에 몇 분씩이라도 견갑골 근처를 좀 마사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다시 만나려면 얼마나 더 나를 돌보며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데 이렇게 온 데 아프고 온 데 너덜너덜해져서야 어떡하냐고, 그런 볼멘소리를 해 본다. 그가 있었을 때는 아주 가끔, 어깨가 아파 다 죽어가고 있으면 더러더러 좀 주물러도 주고 그랬었는데. 물론 좋은 악력에 비해 어디를 어떻게 주물러야 하는지를 잘 몰라서 지금 어깨뼈 부수려는 속셈이냐는 버럭질을 하곤 했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었는데.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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