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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l 23. 2024

7월에 보는 토정비결

-239

요즘 너무 손대는 일마다 술술 풀리고, 그래서 사는 게 재미있어 죽겠다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백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있을까. 그 정도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 또한 비슷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 정말로 큰 걱정이 없었던 것은 20대 중반의 2, 3년이 고작이었고 그때 당시에는 또 그때가 그렇게까지 호시절인 줄 몰랐었다. 그 후로도 내 인생은 내내, 그야말로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는 나날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대개 비슷하리라 하는 생각을 한다.


이래저래 참 되는 일 없다 싶은 생각이 유독 사무쳐서 만사가 다 귀찮아지는 날이 있다. 어제가 내겐 좀 그랬다. 주말을 보내고 맞는 월요일인 것만도 버거운데 몇 가지 거푸 몰아닥친 일들 몇 가지가 순식간에 내게서 모든 의욕을 앗아가 버렸다. 뭐 이렇게 되는 일이라곤 없고, 건드리는 것마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일의 연속인가 하는 생각에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쑥 생각났다. 올해 초에 토정비결을 보지 않고 그냥 지나간 것이. 사주 사이트에서 생년월일 넣고 보는 것 말고, 나름 뜻풀이가 되어 있는 곳에서 괘를 뽑아서 보는 식의 토정비결은 의외로 좋은 말만 해주지는 않는다. 저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질 만큼 언짢은 말도 절반 정도는 적혀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좋은 말만 해주는 신년맞이 토정비결들보다 조금 더 믿음이 가는 편이다. 2년 전 그가 떠나던 해에 그의 운세가 썩 좋지 않았었다. 이럴 일이 생기려고 그랬던 건가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 운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았는데, 내겐 왜 그런 일이 생겼던 건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그래서 올해가 절반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괘를 뽑아서 올해 내 운세를 살펴봤다. 짐작은 했지만 끝에서 두 번째 정도로 썩 좋지 않은 운세였다. '평지에 풍파가 일어나니 속수무책이다' 하는 첫마디에서부터 기분이 확 상했다. 특히나 가관이었던 것은 요즘 나를 머리 아프게 한 일이 튀어나온 지난 5월(음력으로는 4월)부터 7월(음력으로는 6일)까지의 두 달 간이 그야말로 피크였다. 좋은 말이라고는 그야말로 단 한 마디도 적혀 있지 않아서, 나는 되레 쓴웃음을 지으며 점괘를 읽었다. 아, 요즘 내가 참 지지리 궁상으로 되는 일 없는 게 당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나마 한 가지 다행한 일이라면 내달부터는 그래도 조금씩 운이 풀리기 시작해서 올해 연말쯤에는 꽤 괜찮은 말들이 적혀 있고, 미리 본 내년 운세는 그야말로 대길(大吉)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려나, 지금이 올해의 바닥을 치고 있는 중이라니 조금 더 힘을 내보도록 하자.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내년엔 정말로 로또라도 한 장 맞아서 지금 나를 괴롭히는 이 모든 골치 아픈 일들을 한꺼번에 다 치워버릴 수 있게 될지. 그때쯤에는 그도 거기 간 연차가 웬만큼 차서 그런 거 하나 점지해 줄 권한이 생길지.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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