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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l 25. 2024

요즘 우표는 어디서 팔아요?

-241

며칠 전 한 지인 분에게서 무려 '손편지'를 받았다. 꽃무늬 편지지에 펜으로 꾹꾹 눌러쓰고 봉투에 우표까지 붙인 그 손편지 말이다. 얼마 전 출장 차 일본에 다녀오셨는데 거기서 사 온 꽃무늬 편지지를 써먹어보고 싶어 져서 무턱대고 쓴다는 깨알 같은 내용이 적혀 있어서 읽는 내내 웃었다. 우편함에 꽂히는 우편물이란 대개가 무슨 고지서나 관청에서 보내는 이런저런 통지서뿐인 것은 아마 나나 다른 분들이나 대개 비슷할 것이고, 그 와중에 받는 손편지는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명색이 글질로 먹고사는 사람이 손편지를 받았으니 손편지로 답장을 하는 것이 강호의 도리인 바, 나는 일부러 문구점에 들러서 꽃무늬는 아니고 별이 총총한 밤하늘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편지지 한 세트를 사 왔다. 그리고 그림에 어울리는 '윤동주 헌정 잉크'가 든 만년필로 답장을 썼다. 내 글씨라는 것은 썩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근 2년에 걸친 펜글씨 수련이 영 효과가 없지는 않은 듯도 싶다. 아무튼 그렇게,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고 주소를 쓰는 데까지는 마쳤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대번 부딪힌 문제가 우체통이 어디에 있던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짐 근처를 다니면서 우체통 비슷한 구조물을 몇 개 본 기억은 나는데 그게 우체통이었는지 의류 수거함이었는지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다른 것이었는지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더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편지의 꽃은 우표인데, 도대체 우표라는 걸 어디서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니 한 군데도 거기라면 팔겠지 싶은 데가 없었다. 또 하나 더 있었다. 요즘 우표는 얼마며, '현찰'이 아닌 '카드'로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단 하나도 확실하게 내가 답을 알고 있는 문제가 없었다.


집 근처 편의접에도, 문구점에도 우표는 없었다. 어디서 파는지 아시느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렇게 한참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나는 결국 이래서 답은 없고 그냥 우체국에 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집에서 10분쯤 떨어진 마트에서도 10분쯤을 더 걸어가야 하는 우체국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 덥고 습한 날씨에 도저히 걸어갈 엄두는 나지 않아 버스를 탔다. 이왕 여기까지 와서 부치는 것,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가라고 준등기로 보냈다. 그러느라고 오늘 손편지 한 통을 부치는 데 근 5천 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요즘 우표값은 규격봉투용은 430원, 비규격용은 520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표를 파는 곳이 거의 없어서 우체국에 직접 가야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우체국에서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우표를 구입해서 '출력'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것 같다. 손편지는, 이제 쓸 일도 잘 없지만 큰맘 먹고 썼다 한들 부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했다. 그 사이 나만 두고 훌쩍 가버린 그를 빼고라도, 세상은 그런 식으로 변해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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