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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l 30. 2024

늘 그렇지는 않다

-246

인터넷에서 감자 싸게 판다고 무작정 사다가 재놓는 짓을 했다가는 적지 않은 수의 감자가 상해서 버리게 된다는 글을 브런치에 한 번 쓴 적이 있다. 이 글은 메인에 딸려 올라가서 꽤 많은 조회수가 나왔고, 공감하는 댓글도 꽤 여러 개 달렸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인터넷에서 싸게 파는 감자를 5킬로그램씩이나 사서 재놓는 짓은 웬만해서는 하지 않고 있다. 날이 더워지면서는 더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마트에서 장을 볼 때나 집 근처 마트에 가서 뭔가를 사 올 때 있는 감자를 조금 비싸다 싶으면서도 그때 그때 조금씩 사다가 먹는 것으로 노선을 전환했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노선을 바꾼 후로 감자가 필요한 일이 꽤 자주 생겼다는 것이다. 제법 한 꾸러미 정도를 사다 놔서 한동안은 먹겠지 생각하고 있노라면 찌개 끓일 때 한 두 알, 감자볶음 해 먹을 때 한 두 알, 카레 해 먹을 때 한 두 알 하는 식으로 야금야금 써먹다 보면 금세 동이 나서 다른 게 아니라 그 감자를 사러 일부러 마트에 가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한다. 이런 것도 일종의 머피의 법칙이라 헤야 할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부터 부쩍 해먹은 지 좀 되는 버터 감자 구이가 심심하니 먹고 싶어지던 참이어서 이번엔 큰맘 먹고 인터넷에서 감자를 사 볼 생각을 했다. 단, 5킬로그램씩이나 사진 말고 2, 3킬로그램 정도 내에서 적당히 사기로. 그렇게 몇 군데 감자 살 때 자주 가던 판매처에서 대충 가격을 비교해 보고 어느 정도에 파는구나 하는 감을 잡아 놓았다. 그래놓고 그것과는 별개로 마트에서 이것저것 주문하려고 주섬주섬 카트에 물건을 담다가 마트 감자는 얼마에 파나 싶어 검색을 해 봤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다. 마트에 파는 감자가 인터넷에서 파는 감자보다 쌀 리가 없으니까. 그건 그러니까 일종의, 내가 꽤 쓸만한 판매처를 골라 놓았다는 사실을 확인받기 위한 요식행위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게 웬걸, 마트에서 검색된 감자는 행사상품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긴 했지만 2킬로그램에 4천 원도 채 안 하는 가격에 판매되는 중이었다. 여기서 감자에 관해 세워놓은 모든 계획이 다 엉클어지고 말았다. 나는 며칠에 걸쳐 손품을 판 것들을 죄다 포기하고 그냥 얌전히 마트에서 감자를 주문했다.


생각해 보면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사는 게 싸다'는 것은 대개는 사실이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으며, 역으로 그 고정관념이 편견으로 작용해서 오히려 인터넷에서 파는 물건이 배송비까지 다 따지면 더 비싼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걸 모르지도 않는데도 뭔가 사야 할 물건이 생기면 반사적으로 인터넷부터 검색해 보는 버릇이 언젠가부터 붙어 버렸다. 이번에 내가 봐두었던 감자는 3킬로그램에 8천 원이 조금 안 되는 상품이었으며 그러니 마트에서 주문한 감자가 여러 모로 내게는 더 알맞았던 셈이다. 그렇게 주문한 감자는 상태도 좋고, 무엇보다도 알 크기가 균일하게 굵어서 썩 만족스러웠다.


고까짓 감자 2, 3킬로그램 사는 것도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 많으니 사는 게 복잡한 거야 말할 필요가 뭐 있겠나 싶기도 하다. 사는 거 참 피곤하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사진 액자 속의 그에게 그렇게 혼잣말하듯 중얼거려 본다. 당신은, 이러고 그간 어떻게 살았느냐고.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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