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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ug 10. 2024

쿠폰에 낚여서 2

-257

어제 오후쯤이었다. 핸드폰 상단에 알림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푸시 알림'에 동의하시면 집 근처 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라고는 해도 길 건너 대단지 아파트 내 상가에 있는 터라 걸어가기는 멀고 버스로는 세 정거장쯤 떨어진 거리에 있다)의 식빵 무료쿠폰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얼씨구나, 하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사실 프렌치토스트 생각이 은근히 나던 중에 식빵 살 곳이 여의치 않아 다음에, 다음에 하고 미루고 있던 참이긴 했기 때문이다.


쿠폰의 사용 기간은 내달까지여서 꽤 여유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이런 쿠폰의 특징은 날짜 봐 가며 적당히 쓰려고 미루다가는 결국 날짜를 넘겨 날려먹게 된다는 특징이 있는 바, 나는 적당히 이번주 일이 마무리된 오후 네 시쯤 기어이 이 쿠폰을 써먹으러 버스로 세 정거장이나 떨어진 그 빵집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날만 좀 선선했더라면 콧노래라도 부르면서 운동 삼아 걸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도저히 무리였다. 공짜로 생긴 쿠폰 하나 찾아먹으려다가 일사병에 걸리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얌전히 버스를 타기로 했다.


아무리 내가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주중과 주말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는 해도 주말은 주말인 법이다. 좀 느긋한 마음으로 오후쯤 먹을 빵을 이것저것 손 가는 대로 조금 골랐다. 며칠 전 외근 나갔다가 훅 땡겼지만 한 봉지에 만 원이라는 가격에 도저히 납득하지 못해 사지 않았던 찹쌀도넛도 한 봉지 샀다. 그렇게 신나게 고른 빵을 계산하고 쿠폰을 제시해 식빵 값을 빼고 나니 정확히 2만 2백 원이 나왔다. 그러니까, 나는 3천7백 원짜리 쿠폰 하나를 날려먹지 않겠답시고 버스비까지 포함하면 2만 5천 원에 가까운 '생돈'을 쓴 셈이다. 뭔가 낚였다는 기분이 들어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이 빵집은, 다른 빵집들이 대개 비슷하듯 그가 아직 내 곁에 있던 시절에 들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니 내가 이 빵집에서 빵을 사다 먹은 것은 빨라도 2년 만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한 시간쯤만에 겨우 집으로 돌아와 바깥 날씨가 얼마나 사람 잡게 더운지, 오랜만에 간 그 빵집에 어떤 빵을 팔고 있던지, 외근 나갔다 본 그 찹쌀도넛은 아무리 크기가 한 개가 야구공만한 크기라지만 네 개 들어서 만 원이라는 가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느니, 그리고 찹쌀도넛은 좀 이렇게 자잘하고 동글동글해서 한입에 쏙 들어가는 정도가 딱 맞는 것 같다느니 하는 말을 그의 사진액자를 향해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마트에서 뿌리는 쿠폰에 낚여서 즉시배송이 되는 슈퍼마켓에 주문하는 맛을 들인 이야기를 이 브런치에 쓴 것이 고작 한 달 전이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또, 3천7백 원짜리 식빵 쿠폰에 낚여서 2만 원어치 빵을 사 온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내 그럴 줄 알았다고, 그는 아마 그렇게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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