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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ug 14. 2024

별과 소원

-261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오늘은 몇 년 만에 무슨무슨 별자리에 유성우가 내리는 날이라는 뉴스가 난다. 그 별자리는 페르세우스 자리일 때도 있고 사자자리일 때도 있고 안드로메다 자리일 때도 있다. 그리고 안 된 말이지만 그 유성우들은 대개 도시에 사는 사람이 육안으로 관측하기에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그저 한 때의 로맨틱으로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일이 많다.


그저께였던가, 또 그런 유성우 뉴스가 났다. 이번에는 페르세우스 자리라고 한다. 뉴스를 분명히 봤는데도 응 그렇구나 하고 그냥 슥 지나가 버렸다. 위에도 썼듯이 그 유성우라는 것은 광공해가 극에 달한 도시에 사는 사람이 맨눈으로 관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그 페르세우스 자리라는 것이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떠오르는 별자리인지도 잘 모른다. 그러니 이쯤 되면 무슨 유성우가 얼마나 내리든, 그건 그냥 그림의 떡이라고나 보는 편이 맞았다.


책상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열한 시쯤 잠깐 서핑을 하려고 브라우저를 켰다. 이제 30분 남았다는 다급한 글들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올라와 있었다. 유튜브에서 실황 중계도 하니 보실 분들은 보시라고, 친절하게 링크씩이나 첨부한 분도 계셨다. 실황중계라니. 유성우 떨어지는 게 무슨 아이돌 콘서트도 아니고 그런 걸 중계씩이나 한단 말이야?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호기심이 동해 링크를 클릭해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았다.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에서 찍고 있다는 실황이었다. 숨을 죽이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유성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우측의 채팅창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소원이 유성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잠시 보라는 별은 보지 않고 그 채팅창에 올라오는 소원들을 읽어보았다. 물론 가장 눈에 자주 띄는 것은 '로또 1등'이었다. 그러나 꼭 그만큼이나 다 많은 소원들이 올라왔다. 엄마 아빠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사귀는 사람과 앞으로도 계속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아들 딸의 취업 준비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좋아하는 아이돌이 더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그 외의 수많은 누군가의 행복과 행운을 바라는 소원들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소원들은 놀라우리만큼 순수하고 소박했으며 아름다웠다. 그 광경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유성우라는 것은, 정확한 과학적인 원리까지나 알지는 못하지만 수백광년 떨어진 한 작은 별에 사는 인간이라는 보잘것없는 생물의 소원 따위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현상일 것이 대개 분명할 테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떨어지는 에 소원 한 줄을 빌기 위해 수만 명의 사람이 유튜브 채널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채 누군가의 행복과 행운을 빌고 있는 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남편이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아픈 데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채팅창에 한 줄 썼다가 결국 지웠다. 열심히 채팅창에 소원을 빌고 있는 다른 분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그리고 아마도, 그가 있는 그곳은 내가 굳이 떨어지는 별에 소원 같은 걸 빌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기에. 이 풍진 세상에 남아있는 내가 문제일 뿐.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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