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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ug 17. 2024

이불을 혼자 덮으면

-264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가서 이런저런 글들을 눈팅하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그런 질문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기혼이신 분들은 반려자랑 같은 침대에서 자면 이불을 같이 덮나요 아니면 따로 덮나요? 라는 매우 귀여운 질문이었다. 개인차가 있었지만 같이 덮는다는 답변이 많았고, 저는 잠버릇이 매우 고약한 데다 이불을 돌돌 말고 자는 버릇이 있는데 그럼 어떡하나요?라는 질문자의 말에 아주 쉽고 간결한 대답이 달렸다. '잘'.


우리 집의 경우도 이불은 그냥 한 개만 썼다. 그도 나도 잠버릇이 그리 험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여름이야 너나 할 것 없이 이불을 걷어차며 자게 마련이니 별 상관이 없고, 겨울에는 적당히 옆에서 자는 사람을 생각해 이불을 둘둘 감고 넘어가는 것을 자제해 가며 그렇게 10년 이상을 보냈다. 아마 많은 결혼하신 분들 또한 비슷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러던 나는 요즘 잠버릇이 좀 변했다. 침대의 오른쪽 절반만 쓰면서 자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는데 이불을 그야말로 달팽이처럼 둘둘 감고 자는 버릇이 생겼다. 자다가 새벽에 목이 말라 깨 보면 침대의 왼쪽 옆이 훤하게 비어 있고 이불이란 이불은 내가 몽땅 둘둘 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주섬주섬 이불을 다시 펴서 비어있는 침대를 덮어놓고 다시 잠든 적이 꽤 많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의식과는 상관없이 나는 이미 그의 부재에 익숙해져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혼자 씁쓸해지곤 한다.


2년이면 이제 웬만큼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건지, 가끔은 좀 난감한 방식으로 위로 아닌 위로의 말씀을 건네오는 지인이 적지 않다. 남편 밥 안 차려줘도 되니 좋겠다거나, 너는 너 하나만 챙기면 되니 편하겠다거나, 여행이든 외출이든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와도 되니 얼마나 좋으냐던가.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의 마음에 악의 같은 게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저 애매하게 웃을 뿐이다. 그분들의 말씀대로 나는 나 하나만 잘 건사하면 된다. 남편에 자녀들에, 가끔은 자녀의 자녀까지 돌보고 건사하느라 고생하시는 주변 지인분들을 보면 저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그렇게 쉬고 편하게 웃어넘길 수 없는데. 2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미련이 남은 내가 이상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가끔은 선이 넘는다 싶은 말을 들어도 그냥 별 말을 하지 않고 대충 대답을 얼버무리는 것으로 그치고 만다.


나는 아직도 혼자 남는다는 게 뭔지, 어떤 것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게 좋은 건지, 어떤 면에서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 내게 홀로 된다는 건 예전엔 곁에 누운 사람을 생각하 가며 적당히 덮던 이불을 이젠 내 마음대로 둘둘 말고 자도 된다는 꼭 그만큼일 뿐이다. 그나마도 잠이 깬 새벽 텅 비어있는 침대의 왼쪽을 더듬어보고는 큰 죄라도 지은 듯 둘둘 말았던 이불을 주섬주섬 펴서 다시 덮어놓고 이유 모를 미안함에 잠시나마 뒤척이게 되는 그런 느낌일 뿐이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는데 나는 아직도 여기 이렇게 혼자 남아있는 것 같은 그런 생각에 가끔은 어지러울 때가 있다. 아직은 그렇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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