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업이기도 한 출판 업계 쪽에서 교정과 관련해 농반 진반 떠도는 말이 있다. '오타는 자연발생한다'는 말이다. 오타는 마치 곰팡이 같다. 분명 몇 번을 봤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출간이나 발행을 하고 나면 귀신같이 '발생'해 있다. 심지어는 하나의 원고를 놓고 두세 사람이 달라붙어도 잡아내지 못하는 오타가 생기는 일도 가끔 발생한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교정을 컴퓨터로 보면서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교정을 볼 때 아직도 적지 않은 수의 교정자들이 데스크탑이며 노트북이며 태블릿 pc들이 널려 있는 이 좋은 세상에 굳이 종이에 출력한 교정고를 들고 앉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대충 오늘은 또 무슨 얘기로 하루 치의 청승을 떨 것인가를 정해두고 데스크탑 앞에 앉아 별로 긴 생각도 하지 않고 주절주절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대충 한 페이지 남짓한 글을 쓰고 나면 반드시 맞춤법 검사를 한다. 한글의 맞춤법은 워낙에 까다롭고 복잡한 데다가 요즘 눈이 나빠지기 시작한 탓인지 예상치 못한 오타가 한 편에만도 몇 개씩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맞춤법 검사까지를 다 마치고, 적당한 이미지 하나를 골라 첨부한 후 글을 발행한다. 그러나 그런데도 언제나 오타는 생긴다. 가끔 발행한 지 며칠 지난 글을 읽어보다가 뜻하지 않은 오타를 발견하고는 이 오타가 벌써 며칠이나 읽으시는 분들의 눈앞에 떡하니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하루 종일 바지 지퍼를 열고 시내 한 복판을 실컷 활보하고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집에 와서에 깨달은 것 같은 뜨끔한 기분에 몸서리를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간만에 댓글이 하나 달렸기에 두근두근한 기분으로 열어보았다. 몇 번째 단락 몇 번째 줄에 '볕'이어야 할 것 같은데 '변'이라고 되어 있다고, 오타에 민감하신 것 같아 말씀드린다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아니 세상에 이런 '변'이 있나. 데스크탑 키보드 기준으로 ㅌ과 ㄴ은 약간 각도가 비낀 위아래로 붙어있어서 나기 쉬운 오타이긴 하다. 하지만 '변도 그렇게 세게는 나지 않으니'이라니. 나는 손까지 덜덜 떨며 허둥지둥 오타를 고쳤다. 그리고 몇 분 후, 보신 것 같으니 댓글은 삭제한다는 댓글이 다시 달려 있었다. 식은땀이 찔끔 났다. 아, 친절하고 상냥하신 분.
그래서 결국 이 모든 원망의 화살은 죄다 '그깟 거 하나도 제대로 못 잡아내는 맞춤법 검사기를 달아놓은' 애먼 브런치를 향한다. 아니, 누가 봐도 오타잖아. 구름이 끼어서 볕이 안 나는 게 맞지 변이 안 나는 게 맞냐고, 명색이 글 게시해서 사업한다는 플랫폼에서 이런 것도 못 잡아내는 맞춤법 검사기를 달아놓으면 어떡하냐고 나는 괜히 브런치에 대고 신경질을 냈다. 하기야 '몰라보게'를 '놀라보게'로 오타 내는 것도 못 잡아내는 맞춤법 검사기 수준이 그렇지 뭘. 내 눈이 나빠졌고, 그래서 오타가 많이 늘었다는 인정을 순순히 하는 대신 괜히 그렇게 입을 삐죽거린다. 브런치 진짜로 안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