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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지 두 달 남짓 만에, 몸무게가 7Kg이 빠졌다. 백일 정도 된 아기 하나가 몸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물론 이 말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먹는 것을 줄이는 정도로도 빠질 살이 7Kg이나 있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당장 바지 사이즈가 2인치 작아졌다. 예전에 별 불편함 없이 입던 바지들은 이젠 벨트를 하지 않고는 집 밖으로 입고 나가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상의들도 꽤 많이 품이 남아 루즈핏도 아닌 오버핏으로 보인다.
그는 먹는 것 앞에서 깨작거리는 사람을 무척 싫어했다. 아마도 그 자신이 밥 한 그릇을 먹어도 맛있게, 복스럽게 먹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무렵부터도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여자친구가 날씬하고 예쁜 것도 좋지만 같이 뭘 먹을 때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게 훨씬 더 좋다고. 그 말은 고통스러운 다이어트 따위를 놓아버리는 데 아주 좋은 면죄부였다. 그래서 내 체중은 내내 정상체중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나는 그를 만나고 다른 사람을 사귀거나 만나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래서 굳이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 몸매를 가꿀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다이어트라는 것을 거의 시도해 본 적이 없이, 그냥 되는 대로 살았다. 물론 30년 가까운 시간 내내 그랬던 건 아니고 가끔 변덕 비슷하게 집에 스텝퍼를 사다 놓는다든가 하루에 한 번씩 동네 주변을 따라 한 시간씩 걷기를 한다든가 하는 짓을 해 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벤트들은 대개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네 몸무게가 얼마든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던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나는 혼자 이렇게 남겨졌다.
이제 와서 딱히 누군가에게 잘 보이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다. 어딜 가나 아줌마 소리부터 듣는 나이에 이제 와서 살이 좀 빠진다 한들 20대들이 입는 스키니진이나 미니스커트 같은 걸 입고 다닐 생각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된 것, 소위 말하는 정상체중까지 살을 좀 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가장 와닿는 이유는, 이제는 나를 챙겨줄 사람은 나 스스로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는 대로 살다가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수습해 줄 사람이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내가 있었지만 나에게는 이제 아무도 없기 때문에. 그가 내 곁에 있었을 때처럼 그를 믿고 되는대로, 마음대로만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요즘 꽤나 절실하게 들고 있기 때문이다.
백일 정도 된 아기 하나가 몸에서 빠져나갔는데도 아직도 내 체중은 정상체중의 범위 안에는 들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 참 많은 일을 떠안겼었고 심지어 그중에는 나를 보살피고 아껴주는 일까지도 포함돼 있었던 모양이다. 뒤늦게야 그런 생각을 한다.
조금 더 나를 돌보면서 살아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가 하던 몫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