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핸드폰으로 냉동도 아닌 한돈 300그램짜리 8팩을 만 오천 원도 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한다는 알림이 온 걸 보고 그야말로 홀린 듯이 사 버리고 말았다. 고기로 말할 것 같으면 벌써 몇 달 전에 그런 식으로 세 팩인지를 샀다가 두 팩 잘 먹고 한 팩 남은 '뒷고기' 한 팩이 아직도 냉동실에 들어앉은 채 먹어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그거야 뭐 내 알 바인가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배송돼 온 고기는 후지살, 그러니까 뒷다리였다. 여기서 김이 파악 새고 말았다. 돼지고기란 자고로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대개 삼겹살과 목살이 최고, 그다음이 앞다리고, 카레나 잡채 등을 할 때는 등심을 쓰고, 뒷다리살은 다짐육이나 사서 볶음밥 해먹을 때나 넣는다는 개념이 내 머릿속에 대충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차라리 이럴 거 같았으면 다짐육이나 2 킬로 넘게 사서 소분해서 쟁여놓고 두고두고 먹지. 통으로 붙은 고기 300그램을, 대개는 냉동실에 얼려놓고 하나씩 꺼내먹을 텐데 이걸 다 무슨 수로 먹나 하는 생각에 기운이 쫙 빠졌다. 어쨌든 뭐, 한돈 고기 2.4 킬로를 만 오천 원도 안 하는 가격에 샀으니 대단히 싸게 산 것은 분명하고, 앞다리든 뒷다리든 냉장고에 재놓으면 언젠가 다 유용하게 먹을 날이 있다고, 참 쉽고 편하게 나 자신을 납득시켰다. 그렇게 배달되어 온 고기 두 팩은 다음 날로 당장에 뜯어다가 제육볶음을 해서 투덜거린 것이 무색하게도 두 끼를 맛있게 먹었다.
오전 중에 뭔가를 찾다가 부타동 레시피를 발견했다. 아, 냉동실에 재놓은 고기도 수태 있겠다, 오늘은 이거다 하는 필이 아주 강렬하게 왔다. 그래서 냉동실에 며칠 넣어둔 결과 꽁꽁 언 뒷다리살 한 팩을 꺼내 놓고 그 길로 설탕 간장 굴소스 물엿 등등을 섞어 소스를 만들고 양파 대파 표고버섯 등을 대충 썰어놓은 뒤 반쯤 녹은 뒷다리 살을 구워서 쌀어둔 야채를 넣고 소스를 부어 졸여서 밥에 부어서, 뭐 어느 정도 완성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부타동 비슷한 것을 한 그릇 만들어서 그걸로 어제 점심을 먹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시 이런 식으로 조리하기에 뒷다리살은 기름기가 너무 없고 뻑뻑해서 목살이나 삼겹살, 하다 못해 앞다리살로 만들었으면 훨씬 맛있었겠는데 하는 생각을 밥을 먹는 내내 했다.
그러고 보면 그렇다.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목살이 최고, 그다음이 앞다리고, 카레나 잡채 등을 할 때는 등심을 쓰고, 뒷다리살은 다짐육이나 사서 볶음밥 해먹을 때나 넣는다는 개념을 내게 가르쳐 놓은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그였다. 뒷다리살은 뻑뻑한 데다 잡내도 많이 나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양념이 강한 제육볶음까지야 어떨지 몰라도 부타동 같은 것을 해 먹기에 그리 적당한 부위는 아니라고 그는 아마 웃으면서 말할 것 같다. 레시피에 언급이 없었는데도 볶을 때 화이트와인 조금 넣은 것과 소스 만들 때 다진 마늘 넣은 것에 대해서는 조금쯤 추가점수를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다음번에는 싸다고 덥석 지르기 전에 어느 부위 고기인지를 제발 좀 확인하고 사라는 잔소리도 할 것 같다. 물론 그런 잔소리를 하려면 바로 옆에서 해야지, 안 그런 이상은 전부 무효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