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몹시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아니, 부지런하다기보다는 빠릿빠릿한 사람이었다고 하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해야 할 일을 제 때 해치우지 않고 묵혀놓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건 특별히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미뤄놓는 일들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쌓이는 것일 뿐이며 그래서 나중에 도저히 하지 않고는 안 될 순간이 와서 한꺼번에 해치우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그래서 그는 버틸 수 있는 순간까지 최대한 버티다가 도저히 안 하고는 안 될 순간이 와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벼락치기를 하는 나를 항상 이해하지 못해 했다. 그러던 그는, 마지막 몇 개월 간 전에 없이 '귀찮아', '다음에 하지 뭐',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까' 같은, 나나 할 법한 말들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그만큼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그렇게 부지런하게 살아온 인생이 너무 피곤해서 조금 일찍 떠난 게 아닐까 하고. 무슨 일이든 눈에 띈 이상 안 하고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니 그냥 이 꼴 저 꼴 안 봐도 되는 곳으로 먼저 좀 간 게 아닌가 하고. 거기서라면 내게 밥을 해먹이기 위해 몇 달치 식단을 미리 짜느라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에 맞춰 장을 봐야 하는데 한꺼번에 너무 큰 금액이 나오지 않도록 고만고만한 물건 몇 개를 넣었다 뺐다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비가 온 다음날 흙탕물로 엉망이 된 창틀을 일일이 닦지 않아도 될 것이고 화장실에 낀 물때며 먼지가 낀 레인지 후드를 닦느라 한나절을 다 보내지 않아도 될 테니까. 50년 가까운 인생을 그러고 살았으니 그냥 그 모든 일에 진절머리가 났던 게 아닌가 하고. 그래서 너한텐 좀 미안하지만 나도 이제 좀 편히 살고 싶다고, 그래서 그렇게 살짝 떠난 게 아닌가 하고.
그런데 그는 아마 거기 가서도 별로 그러고 살고 있지 못한 모양이다.
그가 떠난 후 두 달 남짓, 내 인생에는 그간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몇 가지 일어났다. 그건 내가 그 일의 해결을 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해결돼버린 특정한 문제이기도 했고 이상하리만큼 결제 문제로 애를 먹이지 않는 클라이언트들의 태도이기도 했으며 소소한 경품 당첨이기도 했고 도저히 양보해 줄 것 같지 않던 사람에게서 얻어낸 양보이기도 했다. 그와의 급작스러운 이별에 가려져 빛을 잃긴 했지만 그 모든 일들은 각각 최소한 하루 저녁 외식 거리는 될 만큼의 좋은 일들이었다. 그리고 어제 오후,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몇 년을 노력했지만 응답이 없어 이젠 포기하고 있던 일 하나가 성사되었다는 연락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어서, 나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었다.
신점을 봤을 때 점사를 봐주신 분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망자가 잘 갔느냐고? 그건 보낸 사람이 제일 먼저 알아. 아, 이 사람이 좋은 데 잘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이상하네. 내 인생이 원래 이렇게 잘 풀리지 않는데. 누가 날 좀 봐주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게 가신 분이 자손님을 위해 애써 주고 있어서 그런 거예요. 문득 그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결국 어제도 많이 울었다. 이 세상이 너무 버거워서, 너무 힘들어서 떠났으면서 거기 가서도 당신은 나를 놓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내일 그 이야기를 하러 봉안당에 가야겠다고 어제 생각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귀신같이 구름이 끼었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고 더울 거라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