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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Oct 17. 2024

그래봤자 1킬로

-324

나이가 들면서 효율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참 사람의 몸이라는 건 인풋과 아웃풋이 정확하다. 전날 많이 움직였거나 뭔가에 정신이 팔려 뭘 좀 못 주워 먹은 다음날은 어김없이 체중이 빠져 있고 아 오늘은 내가 생각해도 하는 일 없이 '처묵처묵'만 했는데? 싶은 다음날은 어김없이 체중이 늘어 있다. 원래부터도 먹기만 하면 살이 쭉쭉 빠지는 신비의 다이어트 묘약 같은 건 있을 수 없다고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해 오긴 했지만 정말로 살을 빼는 데는 왕도 따윈 없고 그냥 움직이는 것보다 적게 먹던가 먹는 것 이상으로 움직이던가 둘 중 하나밖에는 방법이 없구나 하는 걸 내 몸무게의 추이를 지켜본 지난 2년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래도, 그런 건 있다. 일종의 '레인지'에 대한 문제다. 이까짓 걸 과연 운동이라고 부를 수나 있나 싶은 소박한 홈트나마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하기 시작한 후로는 몸이 변하는 범위 자체가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줄어들었다는 그런 느낌이 있다. 그러니까 그런 것이다. 전날 좀 폭식을 했다고 해도 다음날 체중은 딱 1킬로그램 정도가 늘어있을 뿐 그 이상을 넘어가진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저께의 그 때아닌 멘붕으로, 나는 그날 사온 피자 한 판을 오며 가며 그날 저녁 안에 다 먹어치웠다. 그 가게의 피자는 단일 사이즈로, 유명 프랜차이즈의 피자와 비교하면 레귤러와 라지의 중간 사이즈쯤 된다. 그런 피자 한 판을 혼자 다 먹어치웠으니 근래에 보기 드물게 폭식을 한 셈이긴 하다. 실제로 그날 잠자기 직전까지도 속이 더부룩해서, '미련하게 그걸 남겨뒀다 먹지 않고 한판을 다 먹어버린' 나 자신을 향해 한없는 짠 소리를 늘어놓기도 했었으니까. 그래서 다음날 아침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딱 1.2 킬로그램이 불어있는 것을 보고는 되레 횡재했다(?)는 기분이 좀 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먹고 이것밖에 안 쪘다니 이거야말로 시쳇말로 '럭키비키'가 아닌가 하고.


지금의 내 체중은 한참 제일 많이 빠졌을 때에 비교하면 5킬로그램 정도 도로 찐 상태다. 먹는 건 야금야금 늘어가는데 운동량은 늘지 않으니 몸이 생각하기에 이 정도 방어선이면 적정하다고 여겨졌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이제 전날 어지간하게 뭔가를 먹어도 1킬로그램 이상은 살이 찌지 않는다는 나름의 마지노선이 구축된 바 앞으로는 더러더러 스트레스받거나 힘든 날이 있으면 안심하고 맛있는 걸 먹는 걸로 풀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피자 한 판 다 먹고 1.2 킬로밖에 안 쪘고 그나마 어제 하루 간식을 자제했더니 도로 900 그램이 빠져서 결국 300그램 정도 살이 찐 셈인데, 피자 한 판에 300그램이면 뭐 나쁘지 않지 않은가.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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