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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런치를 보시는 독자님들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팔꿈치를 90도로 구부린 채로 주먹이 이마 정도 높이로 오도록 들어서 양팔을 옆으로, 등보다 약간 더 젖혀지도록 벌린 후에 위아래로 당겼다 놓았다 해보시라는 것이다. 아픈 데가 전혀 없으시다면 다행이고, 어깨와 날개뼈 사이 어딘가가 찌릿하게 굳어 있는 게 느껴지신다면 날개뼈 근처의 소위 능형근이라고 하는 곳이 뭉쳐 있다는 뜻이다. 내 경우는 이 동작을 해보면 왼쪽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오른쪽이 능형근부터 어깨를 지나 팔뚝 위쪽까지가 전부 아프다.
며칠 전부터 오른쪽 능형근 쪽이 무지근하게 아파서(이 부위가 아픈 증상의 가장 난감한 점은 혼자서는 도저히 주무르거나 문지르거나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파스를 붙이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인터넷을 뒤져 이 스트레칭을 그래도 생각날 때마다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도록 아팠는데, 한 며칠 꾸역꾸역 계속하다 보니 그래도 비명까지는 나오지 않을 정도까지 되긴 했다. 물론 그까짓 며칠, 잠깐 스트레칭한 걸로 영구적인 개선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문제는 내 자세가 어딘가 틀어져 있다는 점이겠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특성상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을 대충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 시작해서 밤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거의 열다섯 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낸다. 이런 주제에 앉아있는 자세가 바르지 못하니 몸이 틀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고, 그러다 보니 몸의 여기저기에 비정상적인 부하가 가해지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작심하고, '바르게' 앉아서 일을 해보기로 했다. 뭐 특별한 건 하지도 않았다. 허리 펴고, 어깨 펴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턱을 당긴다. 이렇게만 좀 의식하면서 앉아있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웬걸, 의자에 앉아있는 게 이렇게 피곤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의자에 앉아있는 게 힘들어서 자꾸만 일어나고 싶어졌다. 잠시 뭔가에 집중하느라 자세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으면 내 몸은 금세 내가 잘못 들여놓은 버릇 그대로 돌아가 엉망진창으로 뒤틀린 폼으로 앉아있기 일쑤였고, 그 자세가 되어야만 편안했다. 이래서야 어깨고 등짝이고 골반이고 안 뭉치는 게 이상하겠구나 싶었다.
그는 꽤 자상한 편이었고 그래서 어깨니 뒷목이니 등이니가 아프다고 징징대는 소리를 하면 곧잘 주물러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 그는 통 사람 살 주무르는 것에는 재주가 없어서 어깨 좀 주물러달라고 하면 그 좋은 아귓심을 가지고 뭉친 데를 죄다 피해서 어깨뼈만 부서뜨리려고 들어서 아유 됐다는 말과 함께 먼저 주물러달라고 한 주제에 내가 먼저 손을 뿌리쳐내곤 했었다. 그러니 뭐, 이젠 주물러 줄 사람도 없고 운운하는 회한은 새삼 없긴 하다. 어쨌거나 이젠 내가 나를 돌보고 챙겨야 한다. 굳은 어깨도, 뭉친 등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