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의 일이니 벌써 반년 전이다. 인터넷에서 싸게 파는 변기 세정제를 샀다가 아 이거 너무 헤프다고, 역시나 물건은 제 값 주고 사야 한다고 투덜대는 글을 올린 것이.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이 변기 세정제는 좀 심각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하나를 물탱크에 넣으면 길면 4일 짧으면 3일 정도를 갔다. 그러니 얼추 일주일이면 두 개씩을 쓰는 셈이다. 우리 집에 나 말고 다른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사는 집에 뭘 어떡하면 저런 변기 세정제를 일주일에 두 개씩 쓸 수가 있는 건지 아무래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3일째 저녁이 되면 변기의 물 색깔이 눈에 띄게 허여멀건해지기 시작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말간 물이 내려왔다. 그럴 때마다 매번 질리지도 않고 투덜거리며, 어휴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내가 다시는 만 원에 몇십 개 하는 저런 변기 세정제 내 돈 주고 사나 봐라 하는 말을 주워섬기며 새것 하나를 가져다 물탱크에 넣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한 서너 달쯤 지나니 그나마 적응을 해버린 건지 오늘쯤엔 슬슬 세정제 하나 넣어야 되겠네 하고 미리 꺼내다 놓는 여유까지 부리기도 했고.
그러던 변기 세정제를 얼마 전 드디어 다 쓰고, 마트에서 제 값 주고 산 변기 세정제로 바꾸어 넣었다. 텅 빈 택배 박스를 재활용 쓰레기 내놓는 곳에 갖다 버리며, 나는 마지막으로 함께해서 별로였고 이제 웬만하면 보지 말자는 마지막 악담을 했다. 근 일주일이 지났지만 제 값 주고 산 변기 세정제는 아직도 파란 물을 잘 내보내고 있어서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저번에 그거 같으면 벌써 세 개쯤은 썼을 타이밍인데. 그러게 마트에서 샀던 변기 세정제는 하나를 넣으면 대개 한 달 정도는 썼던 듯하고, 그래서 네 개들이 한 팩을 사면 넉 달 정도는 끄떡없이 썼던 것 같다. 여섯 달 쓰는 데 만 원과 넉 달 쓰는 데 4천 원. 볼 것도 없이 후자의 승리다.
이래서 역시나 너무 싼 건 대개 비지떡이고 이거 왜 이렇게 싸게 파나 하는 물건들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좀 싸게 파는 핫딜 올라온 것 없나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는 품목에서 변기 세정제는 이걸로 영영 빼도 될 것 같다. 뭐에든 손품 발품을 많이 팔고 물건을 찾는데 시간과 공을 들이면 그만큼 싸고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일종의 환상 같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나 반년 전 그 글에도 쓴 대로, 나는 아마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런 식으로 '싸게 파는' 뭔가에 쉽게 혹하고, 그 물건들에 실망할 때마다 역시나 싼 게 비지떡이고 다신 안 사야겠다고 다짐하다가 또 얼마 후 그 결심을 홀랑 까먹고 똑같은 물건을 또 사고 또 후회하기를 끝도 없이 반복하면서 살지 않을까. 사람 참 어지간해서 안 변하는 법이라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