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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가 떠난 후로 세 번째 맞는 생일이다.
고작 세 번밖에 안 치르는 동안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그가 떠난 그 해 생일은 온갖 생각에 마음이 시끄러워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작년 생일은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병원 창문 너머 하루 종일 바깥만 쳐다보면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올해가 세 번째다. 올해 생일은 좀 무난하고 평범하게 보낼 수 있으려는지.
며칠 전 마트에 장을 보면서 미역국 한 팩을 주문했다. 미역국이야 뭐 끓이자면 못 끓일 것도 아니지만 미역국을 썩 좋아하지 않다 보니 몇 끼나 두고 먹고 싶지는 않았다. 케이크는,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 케이크 워낙에 비싸고, 하다 못해 해피버스데이 투 유 노래 한 곡조 불러줄 사람도 없는데 싸지도 않은 케이크씩이나 사다 먹어서 뭘 하겠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생각하고 '쿨하게' 넘어가기로 마음먹어놓고, 어제 오후쯤 그래도 이제 내 생일 셀프로 안 챙기면 아무도 안 챙기는데 나까지 나를 서럽게 하진 말자 싶은 생각이 들어서 결국 집 근처 베이커리에 전화해 케이크 하나를 픽업 예약했다. 오늘 인사차 봉안당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찾아서 돌아오면 될 것 같다. 뭐 그걸로 이틀 치 간식 정도는 때울 수 있을 테지.
내 삶은 여전히 엉망진창이고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각도 나오지 않는 문제가 도처에 산적해 있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 할 거고 저건 어떻게 할 거며, 그건 또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면 머리가 너무너무 복잡해져 나도 모르게 한숨부터 내쉬게 된다. 아무튼 진짜 못됐다고, 너야 뭘 어쩌고 살든 나만 이 꼴 저 꼴 안 보는 곳에 도망가서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냐고, 그런 귀먹은 푸념도 꽤나 여러 번 했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 정말로 앞이 막막해지는 날은 아 혼자만 그렇게 잘 살지 말고 나도 좀 데려가라는 좀 선 넘는 투정도 한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의 좀 짓궂은 버전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외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공부도 못하면서 왜 태어났니. 그러게. 잘 살지도 못하는데 왜 태어났을까. 그래도 도리 없는 일이다. 살아지는 동안은, 살아있는 만큼은 할 수 있는 온갖 발버둥을 다 쳐가면서 찌질하게라도 열심히 살아보는 수밖에. 큰맘 먹고 주문한 케이크가 아깝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