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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전문적인 용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비슷한 것들이 죽 모여있는 것을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지 않아도, 슥 훑어보다가 어딘가 눈에 거슬린다 싶어서 들여다보면 그 부분은 확실히 오타가 있다든가, 원래와 다른 것으로 변해 있다든가 하는 그런 거 말이다. 비슷한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은 하셨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가 쉬고 있는 봉안당 근처에는 많은 분들이 잠들어 계신다. 남의 집 고인을 모신 봉안당 안을 일일이 뚫어져라 들여다보는 취미는 없지만, 그래도 대충 어느 어느 자리는 차 있고 어느 어느 자리는 비어 있으며 어느 자리에 유독 꽃장식이 많고 어느 자리에는 유독 사진 장식이 많다 하는 개략적인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다. 아마 그의 자리 같은 경우는 '늘 꽃이 놓여있는 자리' 정도의 첫인상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봉안당이라는 시설의 특성상 그 '특징'은 어지간해서는 잘 변하지 않는다.
생일을 맞아, 또 그를 찾아가서 어찌어찌 꾸역꾸역 살고는 있는데 이게 바로 가는 건지 거꾸로 가는 건지도 모르겠고, 혼자서만 잘 먹고 잘 산다고 장땡이 아니니 나 좀 살펴봐 달라고 한참이나 생떼를 쓰고 나서 돌아 나오던 길이었다. 그의 자리 맞은편에, 분명 비어있던 자리 두 군데에 새로 오신 분들이 계셨다. 그 흔한 꽃장식 하나 달려있지 않은 와중에, 아무런 문양도 없는 하얀 유골함에 생년도 미상에 성함조차도 본관과 성씨만 단출하게 적힌 유골함 두 개가 나란히, 새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잠깐 멍해졌다. 성함조차 몰라서 본관과 성씨만 적혀있는 유골함이라니. 저분들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시게 되셨을까.
1층 인포메이션의 직원 분들에게 그 유골함에 대해서 물었다. 혹시 무연고 유골이시라거나 해서 여기 오신 거라면, 저희 남편 근처에 계시게 된 것도 인연이니 꽃이라도 한 송이 놓아드리고 싶다고. 직원분의 말로는 무연고 유골은 아니고, 선산 같은 곳을 정리하다가 이장하는 과정에서 이쪽으로 모시게 된 것이라고 한다. 아마 증조부나 고조부쯤 되는 굉장히 윗대 조상님이신 모양인데 기록이 없어 생년도 성함도 몰라서 그렇게만 기재되어 있는 거라고. 여기는 공공 봉안당이 아니라서 무연고 유골이면 여기 게시지는 못하지요, 하시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후손이 없으시다거나 한 거라면 꽃이라도 한 송이 놓아드릴까 생각을 했었는데 후손이 있으신 분이시면 제가 크게 실수할 뻔했네요 하는 말을 남기고 나는 그냥 봉안당을 나왔다.
그의 봉안당을 찾는 사람이라고는 나뿐이고, 그러니 내가 튼튼하고 건강해야 계속 이런 식으로 그의 봉안당 앞에 돌보는 사람이 있다는 티를 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좋은 날을 봐서 부부단 같은 게 있으면 그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되겠다고도. 이래서, 언제 어떻게 갈지도 모르는데 묫자리부터 미리 정해져 버린 기분이다. 좋댄다. 사진 속의 그를 향해 괜히 또 눈을 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