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목록은 3개가 등록되어 있다. 급작스레 입원하기 전까지의 글을 모은 시즌 1과 그 후로 쓰고 있는 시즌 2, 그리고 재작년 브런치북에 응모해 보려고 만든 브런치북까지 총 3개다. 뽑힐 거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었고, 역시나 뽑히지 않았다. 써놨던 글에서 뽑아가서 책을 만드는 구조인지라 듬성듬성 부제로 달아둔 넘버가 비는 것이 신경 쓰여서, 저것 좀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브런치에 접속했다가 올해 브런치북 공모가 오늘까지입니다 라는 배너에 홀려서 기어이 또 일을 한 번 저질러 봤다. 저녁 시간 마트에 갔다가 딱 5분만 싸게 드립니다! 하는 직원의 말에 별로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우르르 줄을 서게 되는 그런 심리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이번에 만든 브런치북의 주제는 '꽃'이다. 이미 몇 번이나 넋두리를 늘어놓은 바 이 브런치에는 화장실 세면대 배수관이 막힌 이야기부터 욕심껏 사 둔 감자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는 글까지 그야말로 별의별 글이 다 올라오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그중에서도 하나의 중심 되는 주제를 가진 글들이라고 하면 역시나 그의 책상에 꽂아놓기 위해 사는 꽃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를 떠나보낸 2년 반의 시간 동안 그 연약한 생명들을 아침마다 돌보면서 나 스스로도 깨달은 점이 많기도 했고, 이런 이야기는 인터넷 어딜 봐도 없던데 싶은 '나만의' 꽃 이야기도 몇 가지 있으니까. 작약이나 튤립이 지는 모양이라든가, 국화의 수명이라든가, 장미가 왜 꽃의 여왕인가 하는 점에 대한 나름의 고찰(?)이라든가. 이런 이야기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간 이 브런치에 쓴 글이 800 편이 넘는 데서 대충 짐작했지만 '꽃'에 관련된 글을 대충만 슥슥 추렸는데도 60편이 넘었다. 브런치북은 하나 만들 때 30편 이상의 글을 담을 수가 없어서 그중 반 이상을 눈물을 머금고 추려내야 했다. 브런치에는 너무나 '영양가 있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으니 이런 신변잡기에게까지 돌아올 기회가 있겠나 싶으면서도, 이 브런치에 담긴 모든 글들에는 단 한 톨의 거짓도 없으며 오로지 이 세상에서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면죄부를 얻어가 본다.
자금 그의 책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경매에서 유찰된 유찰꽃들이다. 한 송이 섞여있는 연보라색 국화(소국이 아니다)가 너무나 예쁘게 피어서, 이런 국화는 어디 눈에 띄면 좀 사다 놓고 싶을 정도다. 어쨌든 뭔가를 질렀으니 또 결과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겠지. 산다는 게 뭐 별 게 아니라,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하루에 얼마나 기대되고 설레는 이벤트들을 스스로 만들어가는가의 연속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가 이미 예전에 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던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