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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Oct 29. 2024

카페가 생겼다

-336

우리나라에서의 베이커리와 카페는 좀 행보가 비슷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 한 20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 별로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베이커리(사실 이 경우엔 그냥 '빵집'으로 불러야 더 그 맛이 살긴 한다)와 카페들이 있다가, 어느 순간 그것들이 다 없어지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두세 군데로 죄다 바뀌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다시 개인 업장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학교 앞 카페라는 건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그래서 이름도 인테리어도 분위기도 죄다 제각각인 다양한 카페들이 있었다. 어디는 커피가 맛있고 어디는 의자가 편하고 어디는 인테리어가 예쁘고 어디는 교문에서 가까워서 약속 장소로 쓰기 좋고 하는 식으로 제각각 쓰임들도 다 달랐다. 그러던 것이 한동안, 죄다 대충 서너 군데 정도의 카페 프랜차이즈들로 '통폐합'되었다가, 요즘 들어서는 또 그 다 비슷비슷한 카페들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을 노린 것인지 개인 카페가 하나둘씩 도로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 주변의 두세 블럭 안에 편의점만 일곱 군데가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중 하나가 얼마 전 결국 철수했다. 물론 그래봤자 그다음 블록에 브랜드까지 똑같은 다른 편의점이 있어서 전혀 아쉽지 않았다는 점이 좀 안타깝긴 하다. 텅 비어있던 가게에 한동안 내부 공사를 이것저것 하더니, 오늘 지나는 길에 보니 꽤 그럴듯한 카페 하나가 들어왔다. 통창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가게 내부의 인테리어는 꽤 내 스타일이긴 해서, 언제 커피 마시러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카페라는 걸 가 본 지가 언젠지, 그런 것도 이젠 까마득하다. 요즘 나에게 카페란 그냥 어쩌다 키프티콘 같은 것이 생기면 그것 하나 바꿔 먹으러 가는 곳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대개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나오지 업장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음료나 메뉴를 만끽하고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내게 카페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과 이야기하러 가는 곳이며, 그래서 그가 떠나고 난 후에는 같이 카페에 가서 그 업장의 분위기를 함께 향유하며 시간을 보내고픈 사람이 별로 남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다 못해 노트북에 일거리라도 조금 싸들고, 언제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혼밥도 혼술도 혼커피도, 막상 해 보면 별 것 아닌데 버릇이 들지 않으면 참 잘 안 하게 된다. 그냥 내 경험상 그렇더라는 이야기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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