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달걀 같대서, 그것까지도 밉다는 옛 말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는 것은 나이를 조금 먹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니 발뒤꿈치에 각질이 생기고 날씨가 추워지면 쩍쩍 갈라져 피가 나기도 일쑤다. 이왕 미운 며느리 어디 좀 못생긴 구석이 있어야 트집을 잡을 텐데, 그 발뒤꿈치조차도 달걀같이 맨들맨들하니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그것조차도 못마땅하다는 뭐 그런 말인 셈이다.
날이 좀 추워졌다고 귀신같이 뒤꿈치에 각질이 생기기 시작하는 중이다. 어젯밤에는 자면서 뒤척거리다가, 그 각질에 깔아놓은 시트의 비어져 나온 실밥이 걸려서 잠결에 억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기까지 했다. 스커트를 워낙 잘 입지 않고, 그러다 보니 스타킹도 거의 신지 않고, 그래서 뒤꿈치 각질에 스타킹 올이 나가는 일을 잘 겪지 않다 보니 가끔 이런 일도 생기곤 한다. 그래서 오늘은 씻고 나와서, 간만에 각질 갈아낼 때 쓰는 넓적한 줄을 들고 앉아 발 뒤꿈치가 달걀까지는 아니라도 그 비슷하게는 되게끔 관리를 좀 했다.
사실 뒤꿈치 각질은 나보다는 그가 훨씬 잘 생기는 편이었다. 발도 큰 데다 피부도 나에 비해 두껍고, 게다가 발 생긴 모양 자체가 남들보다 훨씬 두툼해서 그랬는지 그는 각질이 꽤 잘생기는 편이었고 겨울이 되면 그 각질이 갈라져 빼짓하게 피가 배어 나와 있기 십상이었다. 사람이 답지 않게 행동이 굼뜨고 걸음이 느리다 싶으면 어김없이 그렇게 발바닥이 갈려져 있어서, 그런 게 눈에 띌 때마다 미련 좀 떨지 말라는 잔소리를 하며 갈라진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주곤 했다. 이 줄은, 그런 꼴을 보다 못해서, 그가 떠나기 얼마 전에 긴히 하나 장만한 물건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날을 잡아서, 그도 나도 씻고 난 후 발바닥에 쌓인 각질을 몽땅 밀어내고는 크림도 아주 치덕처덕 바르고 수면양말을 신었다. 그런 '관리'를 하고 나면, 뭐 아주 반영구적이지는 않아도 그 효력이 며칠 정도는 간다. 그렇게 하고 나니 확실히 발이 덜 갈라지고 피도 덜 난다고 그는 꽤 만족해했었다.
10월도 말에 접어들고 날은 슬금슬금 점점 더 서늘을 지나 싸늘해져 가고 있다. 거기서는 뭐 어쩌고 지내는지, 역시나 미련을 떨다가 발바닥 갈라져서 피가 나고 반창고 하나 붙여줄 사람이 없어 절뚝절뚝 절고 다니지나 않는지, 뭐 그런 생각을 한다. 작년 초겨울에 잘 안 떨어지는 반창고 한 갑을 사다가 그의 봉안당 안에 넣어두었는데 안 떨어지고 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참 이상한 일이다. 거기는 슬픈 일도 아픈 일도 없고 이 풍진 세상에 꾸역꾸역 살아있는 내가 문제일 뿐인데, 난 왜 이다지도 걱정이 많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