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나서 오는 전화나 문자나 카톡이 좋은 내용인 경우는 별로 없다. 그건 지금껏 살아온 내 인생 내내 그랬다. 차라리 대놓은 광고나 스팸이면 그냥 혀나 몇 번 차고, 혹은 그나마도 하지 않고 지우거나 차단해 버리면 그만이다. 저녁에 오는 연락이 '아는 곳'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반갑지 않은 용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애 중이거나 하는 애틋한 사이가 아닌 이상, 우리는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하는 따위의 다정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의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말이다.
해가 진 후까지는 아니고, 아, 오늘 하루도 이제 다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회사에서라면 이제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할 그 정도 시간이라고나 하면 맞을까. 갑자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또 어디서 보내신 스팸 문자이신가, 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아 주 짧고 굵은 일곱 글자가 도착해 있었다. 이혼하기로 했다.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장탄식을 내뱉었다.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시대 운운 하는 이야기는 많이도 듣고 있지만, 그래도 내심 설마 이혼씩이나 하시겠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젠 입에 발린 말로라도 어디 가서 '어리다'는 소리 따위 못하는 나보다도 열 살 이상이나 연장이신 '어른'들이시니까. 한평생 살 맞대고 사신 분들이니 조금 티격태격하시다가도 그냥 또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오셨던 듯이 그렇게 살아가시겠거니 하고,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답할 말이 궁해서 나도 모르게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런 것을 하인리히의 법칙이라고 하던지, 하나의 대형 사고가 생기기 전에는 그보다 작은 규모의 사소한 사고가 수십 건 이상 발생한다는 법칙이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두 분 사이에서도 이미 꽤나 오래전부터 모종의 균열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며, 가끔 내게 농반 진반 꺼내시던 그 '확 이혼하고 혼자 살까'하던 말들은 그런 균열을 견디다 못해 터져 나온 파열음 같은 것이었던 모양이다.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단박에 전화를 드리기는 조금 조심스러워, 문자 메시지로 대화를 조금 나눴다. 그리고 필경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쓰디쓰게 입맛을 다셨다.
이별은 너무나 가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아니 어쩌면, 내가 너무 아프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먼저 겪은 탓에 이별을 너무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모두가 서로에게 남이었고 언제라도 '도로 남'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