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더러 있다. 1에서 2로 생각이 뻗어가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2나 3까지도 그럴만하다고 치지만 15.36578 쯤으로 튀어버리면 이게 어떡하다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는지 스스로 어안이 벙벙해지는 그런 종류의 일들이다. 그중 하나가, 소국을 사다 놓고 아침마다 곁잎을 따내고 꽃줄기를 다듬다 보면 이상하게 우동이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이건 도대체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논리 비약을 한 결과물이라고는 해도 어떤 방향으로 몇 칸이나 뛴 건지 분간조차 안 가는 수준의 '뜬금없는' 생각이어서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웃을 때가 있다.
꽃 사다 놓는 이야기를 몇 번 했더니 덩달아 꽃에 관심을 보이는 지인이 한 분 계신다. 이 분이 요즘 같은 날씨에 꽃 한 단 사다 놓으려면 뭐가 좋겠느냐고 물으시기에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국을 추천했다. 아, 가을엔 역시 국화죠. 향 좋지 예쁘지 오래가지, 뭐 흠잡을 데가 없어요. 국화도 종류가 진짜 많아요. 동요에도 나오는 과꽃도 국화과고 공작초라고 연보라색 꽃 예쁘게 피는 꽃도 있는데 그것도 국화과고요. 이야 이젠 하다 하다 꽃이 무슨 과인지도 다 아시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으쓱해져서 그렇게 대답했다. 국화과 애들은 다들 좀 비슷하게 생겼어요. 꽃뿐만 아니고 이파리 생긴 모양들이 비슷해요. 그 왜 우동 먹을 때 넣어먹는 쑥갓 있잖아요. 그거랑 이파리들이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여기까지 말해놓고, 나 스스로도 헉 하고 놀랐다.
아, 그래. 그거였다. 국화를 다듬을 때마다 우동 생각이 났던 이유는 우동에 들어가는 쑥갓 생긴 모양이 국화 이파리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고속버스를 타고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휴게소에 들러서 급하게 마시듯이 한 그릇 사 먹던 그 우동에 동동 떠 있던, 그 쌉쓰레한 맛이 나는 쑥갓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니 역시나 쑥갓도 국화과의 식물인 게 맞다고 한다. 이 영문을 알 수 없는 연상작용의 이유를 이제야 알아낸 셈이다.
그러나 국화 이파리가 쑥갓을 닮아서 우동이 생각나는 거라면, 역으로 쑥갓에도 꽃이 핀다면 국화를 닮은 꽃이 필까? 생각해 놓고도 참 어이없다 싶어서 한참 웃었다. 그러나 글을 여기까지 써놓고 후루룩 검색을 해 보니, 꽃이라는 게 피는지조차도 몰랐던 쑥갓에도 정말로 국화 비슷한 연노랑색 아주 예쁜 꽃이 핀다는 것 같다. 국화를 다듬을 때마다 우동 생각이 나면 이젠 우동을 먹으러 가서 쑥갓을 보게 되면 국화 생각이 나는 것일까. 신기하다면 신기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