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편의점에서는 그야말로 별의별 것을 다 판다. 일전에 글에도 한 번 쓴 그 요즘 유행이라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나 두바이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도 그렇고 펜이나 커터칼 복사용지 등 간단한 문구류도 그렇고 대패삼겹살에 10구짜리 계란 같은 마트에서나 파는 것들로 생각하던 것들도 일단 살 수 있다. 그리고 내 기준으로는 그 정점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의 하나가 '군고구마'다.
겨울철 길거리 간식이라고 하면 붕어빵 계란빵 군밤 군고구마 등등 몇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인데 그래도 가장 지지도가 높은 것이라고 하면 붕어빵과 군고구마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다 요즘은 의외로 파는 곳 찾기가 쉽지 않다. '붕세권'이라는 말이 유행한 지는 제법 되었고, 예전엔 날씨가 조금만 쌀살해 지면 보이던 개조한 드럼통에 고구마를 구워서 팔던 가판들이 요즘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붕어빵은 또 이런저런 회사에서 숫제 제품으로 만들어서 내놓기도 하지만(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다) 군고구마는 그 특성상 제품화하기도 쉽지 않아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하면 속절없이 맛 한 번 못 보고 겨울을 넘기기가 십상이다. 그러던 군고구마가 편의점에 등장한 것은 좀 이례적이면서도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싶어지는 데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지척에 생긴 편의점 군고구마를 두고도 나는 지난 3년 가까이 한 번도 그 고구마를 사 먹지 못했다. 편의점의 고구마 굽는 기계는 보통 고구마 서너 개나 겨우 구우면 딱 맞을 정도로 조그마한데 내가 아침에 어딘가에 외출하면서 편의점에 들를 때(즉 고구마를 사 먹을 상황이 되지 않을 때)는 고구마가 잔뜩 있고 오후에 좀 출출해져서 하나 사 먹어볼까 하고 내려가면 고구마가 없는 식이 3년 내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으며 둘 다 있으면 적을 메시지가 없다는 무슨 법칙처럼 말이다.
그래서 다른 것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한참 다 구워져 있는 고구마를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석 사 오고 말았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군고구마는 참 이게 이렇게까지 맛있을 일인가 싶게 맛있어서 그동안 이 맛있는 걸 이렇게까지나 못 사 먹고 살 일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니 나의 마지막 군고구마는 이젠 낡아서 쓰지 않는 냄비를 가지고 그가 만들어준 군고구마였다. 그때도 아마 퍽이나 겨울인데 군고구마 먹고 싶다고 철없이 노래를 불러대는 걸 보다 못해서, 인터넷 여기저기서 뒤진 방법으로 냄비에다 종이호일을 깔고 약불로 조금씩 익혀가면서 굽는 식으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집 앞 편의점에서도 팔 군고구마를 가지고 내가 참 사람 되게 성가시게 굴었었구나 하는 생각에 쓴웃음을 짓는다. 어쩌면 그는 옆에 들러붙어 징징대는 인간 하나 떼내버려서 지금 좀 편할까 하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