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시는 분들은 대개 동감하실 것 같은데,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제목을 짓는 것'이다. 그냥 손 가는 대로 지으면 구태의연하거나 뻔하고 멋을 부리면 오글거리고 거창하게 지으면 본문과 따로 놀고 심플하게 지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싶어지는 것이 제목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브런치 메인에 '제목 공부'를 하러 나가보기도 한다.
그런 까다로운 제목을 하나만 짓는 것도 어려운데 두 개씩 지으라는 건 나에게는 차라리 숙제같이 느껴지는 점이 있다. 그런 와중에 뻔히 있는 부제칸을 쓰지 않고 놀리는 것은 또 뭔가 억울해서, 그냥 부제 대신에 '글 번호'를 쓰고 있다. 사실 이건 이 브런치를 처음 만들고 체계라고 할 만한 것을 잡기도 전에, 내 속에 차오르는 이야기들을 어떻게든 쏟아내 버리려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이렇게 틀이 잡혀 버린 것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숫자로 붙이는 부제는 그 숫자만 봐도 내가 대충 이 시리즈를 쓴 지가 며칠 정도 되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나름의 편리한 점도 없진 않다.
집 앞 편의점에 군고구마를 팔길래 사다 먹었다는 몇 글자로 퉁칠 수 있는 글을 구구절절 참 길게도 써놓고 오후쯤 오늘은 또 무슨 생각지도 못한 오타가 나있으려나 생각하며 브런치 앱을 열고 글을 눌러보았다.(나는 대개 데스크탑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 정작 오타는 핸드폰에서 훨씬 더 눈에 잘 띈다는 게 슬픈 점이다) 대번 눈에 띄는 글의 부제가 '400'이었다. 음. 벌써 두 번째 시리즈도 400편이나 글을 썼군. 하기야 내가 브런치에서 쓴 글이 총 800편이 넘었으니까... 아니 잠깐만. 나 분명히 시즌2를 작년에 퇴원하고 나서부터 썼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340'으로 기재했어야 할 부제를 400으로 제멋대로 60이나 건너뛰어서 써놓은 것을 발견하고 식은땀이 찔끔 났다. 재빠르게(라고 하기에는 이미 오후 1시도 넘은 시간이었으니 보실 분은 죄다 보시고 난 후였겠지만) 편집 창으로 들어가 부제를 340으로 감쪽같이 고치고 재발행을 눌렀다.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이런 일 한 번 생기면 드는 생각은, 그간 내가 붙여온 넘버링은 과연 중간에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건너뛰지 않고 맞게 붙여온 것이 맞을까 하는 것이다. 오늘이야 건너뛴 숫자가 60이나 되니 용케 눈치를 챘다지만 중간에 1 정도 건너뛴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리슬쩍 넘어간 것도 어딘가엔 분명히 있지 않을까. 더 나쁜 것은 그렇게 건너뛴 숫자를 보고 죽 번호를 매겨서, 마지막쯤엔 생각보다 훨씬 큰 오차가 생겨 있는 건 아닐까. 글 보시는 분들은 아 이 사람 부제 넘버링 막 제멋대로 건너뛰면서 글 쓰네 하고 다 알고 계시는 걸 나 혼자만 모르고 있지는 않을까. 하나도 안 괜찮고 하나도 안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 언제 날 잡아서 부제의 넘버링 체크를 싹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