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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Nov 03. 2024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341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시는 분들은 대개 동감하실 것 같은데,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제목을 짓는 것'이다. 그냥 손 가는 대로 지으면 구태의연하거나 뻔하고 멋을 부리면 오글거리고 거창하게 지으면 본문과 로 놀고 심플하게 지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싶어지는 것이 제목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브런치 메인에 '제목 공부'를 하러 나가보기도 한다.


그런 까다로운 제목을 하나만 짓는 것도 어려운데 두 개씩 지으라는 건 나에게는 차라리 숙제같이 느껴지는 점이 있다. 그런 와중에 뻔히 있는 부제칸을 쓰지 않고 놀리는 것은 또 뭔가 억울해서, 그냥 부제 대신에 '글 번호'를 쓰고 있다. 사실 이건 이 브런치를 처음 만들고 체계라고 할 만한 것을 잡기도 전에, 내 속에 차오르는 이야기들을 어떻게든 쏟아내 버리려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이렇게 틀이 잡혀 버린 것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숫자로 붙이는 부제는 그 숫자만 봐도 내가 대충 이 시리즈를 쓴 지가 며칠 정도 되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나름의 편리한 점도 없진 않다.


집 앞 편의점에 군고구마를 팔길래 사다 먹었다는 몇 글자로 퉁칠 수 있는 글을 구구절절 참 길게도 써놓고 오후쯤 오늘은 또 무슨 생각지도 못한 오타가 나있으려나 생각하며 브런치 앱을 열고 글을 눌러보았다.(나는 대개 데스크탑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 정작 오타는 핸드폰에서 훨씬 더 눈에 잘 띈다는 게 슬픈 점이다) 대번 눈에 띄는 글의 부제가 '400'이었다. 음. 벌써 두 번째 시리즈도 400편이나 글을 썼군. 하기야 내가 브런치에서 쓴 글이 총 800편이 넘었으니까... 아니 잠깐만. 나 분명히 시즌2를 작년에 퇴원하고 나서부터 썼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340'으로 기재했어야 할 부제를 400으로 제멋대로 60이나 건너뛰어서 써놓은 것을 발견하고 식은땀이 찔끔 났다. 재빠르게(라고 하기에는 이미 오후 1시도 넘은 시간이었으니 보실 분은 죄다 보시고 난 후였겠지만) 편집 창으로 들어가 부제를 340으로 감쪽같이 고치고 재발행을 눌렀다.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이런 일 한 번 생기면 드는 생각은, 그간 내가 붙여온 넘버링은 과연 중간에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건너뛰지 않고 맞게 붙여온 것이 맞을까 하는 것이다. 오늘이야 건너뛴 숫자가 60이나 되니 용케 눈치를 챘다지만 중간에 1 정도 건너뛴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리슬쩍 넘어간 것도 어딘가엔 분명히 있지 않을까. 더 나쁜 것은 그렇게 건너뛴 숫자를 보고 죽 번호를 매겨서, 마지막쯤엔 생각보다 훨씬 큰 오차가 생겨 있는 건 아닐까. 글 보시는 분들은 아 이 사람 부제 넘버링 막 제멋대로 건너뛰면서 글 쓰네 하고 다 알고 계시는 걸 나 혼자만 모르고 있지는 않을까. 하나도 안 괜찮고 하나도 안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 언제 날 잡아서 부제의 넘버링 체크를 싹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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