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꽃 한 송이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그 효과를 느낀 적이 있다. 새 꽃을 사 와서 꽃대를 정리해 꽃병에 꽂아 처음으로 그의 책상에 갖다 놓는 그 순간의 소소한 보람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속상하는 점이 있다. 꽃병에 꽂은 꽃이 하나같이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사다 놓은 열한 종류의 꽃들 중 일주일을 넘긴 것은 두세 가지 정도뿐이었고 심한 경우는 일주일도 채 가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얼마 전에 사다 놓았다가 그 주도 채 넘기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수국이 가장 타격이 컸다.
시든 수국을 잘라서 버리고 다급히 사다 놓았던 레몬크림소국(옅은 노란색의 소국을 이렇게들 부르는 모양이다)도 꽂아놓은지 일주일쯤이 지나자 꽃대가 시커멓게 변하면서 조금씩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새 꽃을 사다 놓을 타이밍이 된 것 같아 다시 꽃집에 갔다. 몇 번 만에 이제 얼굴을 익혀버린 주인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고, 오늘은 어떤 꽃들이 있는지를 둘러보았다. 장미, 리시안셔스, 튤립, 옥시페탈룸, 백합 등등. 왜 꽃을 사다 놓으면 일주일을 못 넘길까요. 성질 안 맞게 물도 매일 아침 갈아주고 꽃대도 매일매일 잘라주는데. 그렇게 하는데도 꽃이 일주일을 못 간다고요? 이상하네. 한참이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주머니는 지나가는 말 비슷하게 그렇게 물으셨다. 꽃병에 물을 너무 많이 담으셨나, 하고.
꽃병에 물 많이 담으면 안 돼요? 안되죠. 꽃병에 물은 밑바닥에 조금만, 꽃대 끝이 살짝 잠길 정도만 담아주셔야 해요. 물 많이 먹는 애들은 조금 낫게 담아주셔도 되긴 한데 물 많이 담아서 꽃대 많이 잠기게 하시면 안돼요. 꽃대 물러져요. 얘들은 지금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태가 아니잖아요. 물에 담가놓는다고 얘들이 살아나는 게 아니에요. 꽃병의 물도 아무리 자주 갈아준대도 결국 고여있는 물이잖아요. 꽃대가 너무 깊이 잠겨 있으면 썩어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꽃병에 물을 갈면서, 늘 물을 적어도 반 이상, 많으면 70% 정도까지 담았다. 물이 조금 적게 담겼다 싶으면 꽂았던 꽃을 들어내고 물을 더 담기도 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흙에 심겨있지 못하니까 물이라도 실컷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러나 그렇게 꽂아놓은 꽃들은 며칠 내로 꽃대가 시커멓게 변하면서 표면이 미끌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물러진 꽃대를 잘라내며 나는 늘 속이 상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꽃병에 물이 너무 많아서였다니. 물은 흙이 아니고, 물을 많이 담아놓는다고 얘들이 살아나는 게 아니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생각해 보면 심지어 화분에 뿌리를 내린 화분을 키울 때조차도 건조한 것보다도 위험한 것이 물을 지나치게 많이 주는 과습이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간 나는 나의 무지와 부주의로 애먼 꽃들의 목숨만 단축시킨 셈이었다.
나는 어제 거베라를 몇 송이 사 왔다. 그리고 아주머니에게 배운 대로, 꽃병의 물을 조금만 담고 꽃대를 손질해 꽂아 놓았다. 이제 이 꽃이 며칠을 가는지를 보면 뭐가 문제였는지를 좀 더 정확히 알게 되겠지. 이번 거베라가 부디 오래 싱싱하게 피어 있었으면 한다. 너무 빨리 시들 것이 무서워서 사 오지 못한 다른 많은 예쁜 꽃들을 사 와서 그의 책상에 꽂아놓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빠 난 아직도 너무 모르는 게 많고, 너무 배워야 할 게 많나 봐. 그의 책상에 거베라 꽃병을 놓아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