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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Nov 28. 2024

고치는 것보다 쉬운 것

-366

겨울이 오고 옷이 두꺼워지면서 옷을 입다가 오른쪽 견갑골이 생각보다 많이 뭉쳐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쓴 바가 있다.


팔을 아예 올릴 수가 없다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순간순간 불편하고 아프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런 식으로 점점 몸이 엉망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위기감이 들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인터넷에 좀 찾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짐작하고 있던 것과 대동소이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핸드폰 안 하면 컴퓨터 하고 컴퓨터 안 하면 핸드폰 하는 생활이 가져다준 업보 같은 증상이라고, 그냥 날마다 스트레칭하고 운동하고 자세 똑바로 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단다. 누가 그걸 모르나. 이런 증상에 어떻게 뾰족한 답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을 나부터도 했으면서도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요컨대, 내 견갑골의 상태는 전날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 전날 좀 스트레칭도 자주 하고 중간중간 손 닿는 범위 내에서 간단하게나마 마사지라도 해 준 날은 다음날 한결 낫고, 뭔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서 늘 하던 대로 그런 것 따위 죄다 생까고 넘어간 다음날은 더 표가 나게 아프다.


그저께 뭔가 정신이 팔린 일이 있어서 또 하루 스트레칭을 등한히 했다. 당연 별 것도 아닌 옷 하나 입으려다가 견갑골 쪽에 무지근한 통증을 느껴야 맞다. 그러나 사람이란 실로 약삭빠른 존재다. 옷을 꺼내와 입기 전 소매에 팔을 반쯤 끼우다 말고, 나는 몇 분 후 들이닥칠 통증을 대충 짐작하고는 팔을 꿰는 순서를 반대로 했다. 원래는 왼팔부터 입고 오른쪽 팔을 꿰었는데 가뜩이나 두꺼운 기모 달린 스웨터를 입고 그러려다 보면 어깨가 갑작스레 뒤로 젖혀지고 그 과정에서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식은땀이 바싹 날 만큼 아프던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터득한 방법대로, 실내에 들어가거나 밥을 먹으러 가서 아우터를 벗어놓았다가 다시 입어야 하는 순간을 무사히 잘 모면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이게 이래서 될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열심히 운동하고 시간 맞춰 스트레칭하고 어떻게든 마사지도 하고 주무르기도 해서 아픈 근육을 풀 생각을 해야지 아픈 근육을 자극하지 않고 옷 입는 법 따위나 발견해 내고는 좋아라 하고 있는 꼴이 나 스스로가 보기에도 조금은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굳어버린 근육을 원래대로 푸는 것에는 하세월이 걸리고 눈앞에 닥친 불편은 지금 당장이니. 뭐든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보다 그 상태에 적응하는 것이 쉽고 빠르다. 옳은 방법이 아닌 줄은 알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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