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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재미 삼아 보던 그날의 운세 어플이 있다는 글을 제법 오래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다. 그가 그렇게 내 곁을 훌쩍 떠나가던 날 내 일진은 80점대 후반의 아주 좋은 날이었다고. 그래서 그날 이후로 그 어플을 보지 않는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요즘 나는 그 운세 어플을 다시 보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매일매일 핸드폰 푸시 알림으로 보내주는 운세를 읽어보면 포인트를 주는 모 쇼핑앱 어플의 알림을 버릇처럼 눌러보다 보니 이 운세 정말 맞긴 하는 건가 궁금해져서 크로스체크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래도 저래도 다 핑계고, 결국 내 생활이 그가 떠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징표이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어플의 결과가 매일 같지는 않다. 체감상으로는 60퍼센트 정도는 비슷하지만 20퍼센트 정도는 다른 운세가 나오고, 10% 정도는 그야말로 이게 과연 같은 사람의 생년월일 데이터로 뽑은 운세인가 싶을 만큼 극단적으로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꼭 그만큼이나 드물게 10% 정도는 두 운세 어플 모두가 그야말로 로또라도 한 장 맞을 운세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 기분 좋은 덕담을 해 준다.
그리고 어제는 그 마지막 10%에 속하는, 뭘 해도 되는 날이라는 극상의 운세였다.
아니 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 나한테 생길 좋은 일이라는 게 뭐가 있나. 평일이라면 하는 일이 별 무리 없이 잘 끝난다든가, 실수한 일이 그럭저럭 쉽게 수습된다거나, 뜻하지 않게 페이가 넉넉한 새 일거리가 들어온다든가 하는 것 등등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토요일에 나한테 생길 좋은 일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며칠 전에 산 로또라도 덜컥, 1등은 무리라도 한 2등쯤 당첨되는 게 아닐까. 그런 헛배부른 망상에 잠시 즐거웠다.
점심을 먹기 전쯤, 11월을 넘기면 곤란한 전화통화가 있어서 두 통 정도 했다. 모두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하며 읍소해야 되는 입장이었고, 상대측에서는 생각보다 시원하게 내 부탁을 들어주셨다. 오후쯤에는 지급이 차일피일 자꾸 늦어져 내심 포기하고 있던 작업비가 한 건 입금되어 통장 잔고가 생각보다 좀 두둑해졌다. 뭔가 잘 풀리는 하루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아침의 그 운세 어플의 결과를 떠올렸다. 아, 이러려고 두 어플 모두에서 오늘은 뭘 해도 되는 날이라는 운세를 준 것이구나, 하고.
어제의 행운을 그 일들에 다 써버린 탓인지 로또는 보기 좋게 이번 주도 낙첨이다. 그러나 뭐 나쁘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횡재橫財는 결국 횡재橫災라, 뜻밖에 갑자기 큰 재물이 생긴다는 건 큰 액난을 만나는 것과도 같다던 말을 어디서 들은 기억도 났다.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은 꼭 이 정도의 작은 행운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