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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레 그를 떠나보내고 들은 많은 말들에 랭킹을 매기자면 아마도 '시간이 약이다'가 1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지금은 죽을 거 같겠지만 지나다 보면 다 괜찮아진다고. 조금 뉘앙스는 다르지만 급작스레 찾아온 공황반응에 찾아갔던 신경정신과 의사도 그런 말을 했었다. 애도반응은 보통 한 달이라고. 한 달이 지나면 정말로 괜찮아진다는 건지, 그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건지 그런 알 수 없는 허탈함과 서운함에 집에 오는 내내 버스 안에서 울던 기억도 난다.
벌써 그를 떠나보내고 맞는 세 번째 겨울이다.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꼬박 그가 떠나간 지 3년을 채우게 된다. 옛 조선 시대 식으로 3년상을 치렀대도 이제 탈상할 때가 다가오는 셈이다. 예전엔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3년이나 살아있는 사람을 매 놓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도 시간이 지나야 조금 사는 것 비슷하게 살아지기에 3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려나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요즘 나는 이만하면 잘 지낸다. 혼자서지만 가끔이나마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예전 그가 하던 것처럼 열심히 손품을 팔아 찾아낸 맛집까지, 멀리 가 보지는 못하고 그와 함께 갔던 집 근처의 몇몇 가게들을 '복습'하는 정도지만)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딱히 실생활에 필요는 없으나마 그냥 갖고 싶어서 산 물건도 몇 가지 있다. 며칠 전의 기습 계엄 같은 일이 생기면 허공에 대고 언성을 높이며 혼자 열심히 텔레비전을 보기도 한다. 이 브런치에 박제되어 있는 2년 반 전의, 그러니까 2022년 4월, 5월쯤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기겁을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30년이 지난 것도 아니고 만 3년도 다 지나지 않았는데 저럴 수 있다고? 그런데 그럴 수 있었다. 남편이 죽은 여자를 이르는 말 중에 미망인未亡人이라는 말이 있다.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가 떠났을 때 단박 따라가지 못한 데서 이미 내 이후의 삶은 대충이나마 결정 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 자의적인 생각이지만 그 또한 그러기를 딱히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브런치의 취지가 취지라서인지 가끔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분들께서 댓글을 남겨주실 때가 있다. 대상도 다양해서 애인이나 반려자를 떠나보낸 분, 부모님을 떠나보낸 분, 형제를 떠나보낸 분 등 여러 케이스가 있다. 지금 어떤 마음이신지 제가 다 압니다 하고, 입 속으로나마 중얼거린다. 날마다 이 공간에 별로 영양가도 없고 쓸 데도 없는 잡기를 한쪽씩 쓰면서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다. 그러나 평생 내 옆에 있어줄 것 같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 질문을 품은 채 먹먹한 마음을 달래는 분이 누구라도 계시다면, 그런 분들에게 시간이 3년쯤 지나면 나도 저렇게 정도는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샘플'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떠나간 그분들은 아마 밤 10시 반에 터지는 기습 계엄 따위는 없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게 잘 계실 테니 남아있는 우리만 잘 살면 된다. 아마 그럴 거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