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
우리 집의 설정 온도는 여름의 경우 27도, 겨울의 경우 20도다.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1도씩 야금야금 올리고 내려서 찾아낸 내 나름의 '적정 온도'다. 여름의 경우는 저기서 조금 덥다 싶을 땐 선풍기를 같이 좀 틀어주면 딱 좋은 정도가 되고 겨울의 경우는 저기서 좀 춥다 싶으면 1도 정도 온도를 올려서 온기를 확 올린 후에 도로 20도로 낮추는 식의 방법을 쓴다.
지난 11월 말이었나, 첫눈을 겸한 폭설이 미친 듯이 한 번 오고 난 후로는 또 겨울 치고는 꽤 슴슴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1월도 됐고 대한이 놀러 왔다가 얼어 죽는다는 소한 무렵이기도 하니 이제 또 슬슬 겨울값을 해야 하겠다 싶은 모양이다. 이번 주에 들어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었다. 나 또한 그에 맞춰서, 어지간하면 제일 날씨 춥다는 며칠간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도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집 안에 틀어박히기로 했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춥고 더운 것은 대개 집에 있지 못하고 나다녀야 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에 콕 처박혀 있을 수 있는 내가 느끼는 더위나 추위라는 것은 매우 한정적인 편이니 며칠간 계속될 추위가 어떻듯 내게는 어느 정도는 강 건너 불구경일 것이다 싶긴 하다.
그간은 보일러 온도 20도로도 크게 춥다거나 썰렁하다는 생각을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어제부터는 집 안 공기 자체가 썰렁해진 기분이라 긴히 보일러 온도를 21도까지 올렸다. 보일러가 돌기 시작하고 한참 있으면 발바닥이 닿는 바닥부터가 따뜻해져 오고, 거기서 얼마 정도를 더 돌리면 히터나 난로 같은 걸 굳이 추가로 더 틀지 않아도 집안의 공기가 따뜻해진다. 20도일 때는 아무리 보일러를 틀어둬도 돌지 않던 온기가 고작 그 1도를 기점으로 돌기 시작하는 것이 가끔은 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물은 99도냐 100도냐의 1도의 차이로 그냥 적당히 뜨거운 물이냐 끓는 물이냐가 갈린다는 그것과도 비슷한 수준의 경이로움이기까지 하다.
언제나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봄이 오기 직전이 가장 춥다는 말은, 막상 그 순간을 통과할 때는 순 거짓말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다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정말 그 순간이 해뜨기 직전이었고 봄이 오기 직전이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단 1도의 차이로도 집은 썰렁하다가 따뜻해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쉽게 지치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껏 버텨온 것이 억울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