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누워있던 석 달 남짓한 시간을 빼고, 브런치 서버 문제로 쓴 글이 롤백돼 버린 하루를 빼고 이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 하루도 결석한 날 없이 글을 써왔다. 그래서 가끔 작년 이맘때, 재작년 이맘때 난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것을 후다닥 뒤져볼 수 있어서 좋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브런치는 전체 검색 말고 브런치 내 검색 같은 메뉴 좀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 쓴 글이 900편 가까이 되다 보니 검색하는 일만도 여사 일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또 한 해를 살아냈다. 작년 이맘 때는 한 해를 보내는 소감으로 어떤 말을 썼었나 하고 브런치를 뒤져보다가 그만 코웃음을 치고 말았다. 이쯤에서, 세상 다 산 문득의 꼭 일 년 전 오늘 주절주절 떠들어댄 글의 한 단락을 보고 가도록 하자.
(전략) 사람의 인생은 대개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또 오늘 같은 날의 연속이며, 지금껏 일어나지 않은 일이 갑작스레 일어날 확률은 한없이 낮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이미 수천 번 이상 겪은 그 범속한 하루하루를 덧대고 덧대며 쌓아 올려가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후략)
아이고. 이 부분을 읽고 그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뭐, 축자적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모양이란 대개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다. 지금껏 일어나지 않은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날 확률은 한없이 낮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저 글을 쓰던 1년 전의 나는 꼭 1년 후 대통령이 또 탄핵당하리라는 것을, 느닷없는 비행기 사고로 200명에 가까운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또 일어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이상한 일이다. 작년의 삶이나 올해의 삶이나 뭐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도 않은데, 이달만 들어 천지가 개벽할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바로 그 직전까지도 감히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리하여 다시,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라 생은 그 의미를 지난다는 오래된 순정만화에 나오는 한 문장을 다시금 되뇌이게 된다. 여전히 내년에도 우리의 삶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 같을 테지만, 그 범상한 날들 가운데 미처 생각지도 못한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일들이 내년 한 해 이 남루한 브런치에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일어났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내게도, 조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