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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바뀐 첫날에 내 일정은 다른 게 있을 수가 없고 그를 보러 봉안당에 다녀오는 것이다. 그간 월요일마다 미팅을 마치고 들르는 루틴이 생겨 방문하는 시간대가 조금 뒤로 밀린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어제는 중간에 들르는 곳 없이, 예전에 들르던 시간대에 도착해 화분 하나를 놓고 새해 인사를 하고 왔다. 날이 날인지라 봉안당에 사람이 많았다. 지난 한 해 날 살펴줘서 고맙고, 머리 아픈 일이 산적한 올해도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인사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집으로 오는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곳에 내리지 않고 한참을 더 가서 다른 버스를 갈아탔다. 그리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번 사고 분향소로 갔다. 무안까지 내려가 볼 수는 없고, 그나마 집에서 갈 수 있는 곳에 분향소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든 가서 국화라도 한 송이 놓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혹시나 어디 있는지 못 찾으면 어떡하나 생각했지만 분향소는 아주 찾기 쉬운 곳에,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들러서 명복을 빌 수 있는 좋은 자리에 잘 설치돼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잠시 시간을 내 떠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있었다. 국화 한 송이를 제단에 놓고 눈을 감고, 급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명복과 남아계신 분들의 안녕을 빌었다. 제단에는 미리 준비되어 있던 국화꽃 말고도 젤리나 과자 같은 것들이 더러 놓여 있었는데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아 어린 희생자가 많았더라는 사실이 떠올라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침 내 뒤로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는 어린 아기의 손을 잡고 온 젊은 어머니가 있었다. 그분의 이번 일을 대하는 소회는 나와는 또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방명록에 내 이름도 한 자 써 놓고 조용히 그 앞을 물러나왔다.
그를 화장한 곳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화장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세월호 때 수습된 분들을 화장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를 떠나보내던 그날도 여기저기 장식된 노란 리본들이 마치 봄날에 핀 개나리꽃처럼 보이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무안공항 쪽으로 수직으로 뻗어나가는 무지개가 찍혔다는 글을 본 것 같다. 세월호 때도 그쪽 하늘에 추모 리본 모양 구름이 찍혀서 한동안 인터넷에 사진이 돌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딱히 신을 믿지는 않지만 죄 없이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선량한 분들은 최소한 이 그악스러운 세상보다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으로 가실 거라고 믿고 있다.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