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다진 마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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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잊지 않고 검색해 보는 품목 중에 '스파게티 소스'가 있다. 최소한 600그램 이상 든 큰 병으로 가격이 5천 원 이하면 일단은 체크해 두는 편이고 가끔 2, 3천 원대의 가격에 할인 행사라도 한다 치면 불문곡직 사 두는 편이다. 이것 한 병만 있으면 배가 불러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은 파스타 한 번과 식은 밥으로 만들 수 있는 리조또를 두 번 만들 수 있으니 매우 가성비가 훌륭한 식재료인 셈이다.


그렇게 쟁여놓은 스파게티 소스로 파스타를 한 번 해 먹었고, 어제는 남은 소스를 가지고 리조또를 해 먹어볼 참이었다. 양파나 버섯 같은 집에 늘 사놓는 채소들을 조금 넣고, 햄은 역시나 상비로 사다 놓는 비엔나소시지를 듬성듬성 잘라 넣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일단 올리브유에 다진 마늘을 좀 볶아 향을 내고, 그 위에 채소와 햄을 볶고, 화이트와인도 조금 넣고, 스파게티 소스를 부어 끓인 후에 식은 밥을 떠 넣고 밥알에 소스가 배어들 때까지 푹 끓여주면 그것으로 끝이니 조리법도 썩 간단한 편이다. 원래라면 올리브유에 볶아서 향을 내는 건 편마늘이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정성은 없어서 그냥 통째로 얼려둔 냉동 다진 마늘을 적당히 한 숟가락 떠서 넣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그렇게 달궈진 올리브유에 마늘 한 숟갈 넣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다가, 나는 사놓은 다진 마늘을 다 먹어서 이제 새로 사야 되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깐 마늘을 1킬로그램씩 사다가(그의 성정 상 통마늘을 사다가 껍질을 까는 것부터 하려고 달려들지 않은 것이 가끔은 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편마늘로 쓸 것 얼마간은 남겨놓고 나머지는 막서기에 갈아서 주방용 비닐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죄다 잘라는 후에 거기에 한 작은 술씩, 그야말로 음식 할 때 하나만 쏙 꺼내서 넣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 두곤 했다. 물론 이 작업에는 적지 않은 품이 들기 때문에, 마늘이 배송된 날 오후는 그도 나도 다른 일은 못하고 온전히 마늘을 갈아서 1회분씩 소분하는 일에 매달려야 하긴 했었다. 나는 그가 하던 것 같이 할 자신은 도저히 없어서, 그냥 다진 마늘을 사다가 밥숟가락으로 듬뿍듬뿍 떠서 몇 덩어리로 소분해 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칼로 잘라서' 쓰고 있긴 하다. 그러던 것이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큼 남은 마늘이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다. 그러게, 그가 하던 것처럼 깐 마늘이 아닌 다져놓은 마늘을 사서 그가 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대충 소분해 냉동실에 욱여넣으며 난 죽어도 이 이상은 못 한다고, 그나마 이것도 당신 하던 거 어깨너머 배워서 흉내나마 내는 거고 원래 내 성격 이런 거 못하는 거 알지 않냐고 중얼거리던 기억이 나서 나도 모르게 쓰게 웃었다.


마늘 산 게 언제였나 구매기록을 찾아보니 꼭 2년 전이다. 그렇게 소분한 마늘은 제법 양도 많아서 어차피 나 혼자 먹을 건데 이렇게나 많이 사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그 마늘을 다 먹고 새 마늘을 사야 할 때가 되었다. 시간은 그렇게 야금야금 흘러간다. 이 많은 걸 언제 어떻게 다 먹나 싶었지만 결국은 다 먹어버린 그 다진 마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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