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인심을 쓸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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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이러구러 또 새해가 밝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내게도 작년부터 시작된 골치 아픈 문제가 대충 생각나는 것만 서너 가지 있고, 그에 수반한 자잘한 문제들이 또 수십 가지나 있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이건 도대체 어떡하며 저건 또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보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것밖에 없어서, 아 몰라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넘어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실 지난 1월 1일 날 내 일진은 그리 썩 좋은 편이 못 되었다. 그런데도 그냥 로또를 한 장 샀다. 말 그대로 '액땜'이었다. 그냥 이 로또 안 맞는 대신에 머리 아픈 이런저런 일들 술술 잘 풀려가게 해 주십사. 뭐 그 이상의 욕심은 그야말로 1도 없었다.


어제는 월요일이었고, 늘 하던 대로 미팅을 마치고 그의 봉안당에 다녀왔다. 주말 사이 내가 사는 곳에는 눈이 좀 내렸고 다행히 고스란히 얼어붙지는 않았다지만 건물 그늘에 가려 응달이 진 곳에서는 살얼음이 끼어 있어 미끄러질 뻔 하기를 두어 번 정도 했던 것 같다. 설설 기다시피 비탈길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봉안당에 가서 새 꽃을 갖다 놓고 갖은 신세 한탄을 하고 내려왔다. 미끄러운 길을 좀 걷느라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더니 평소보다 훨씬 빨리 배가 고파져서, 그냥 얌전히 집에 가서 있는 순두부찌개에 먹으려던 점심을 그냥 밖에서 대충 사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러서 몇 가지 떨어진 물건까지 사들고는 두 손 무겁게 집에 왔다.


저녁쯤 되어서야 로또를 맞춰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뭐 별로 기대는 안 했다. 말 그대로 액땜용이었으니까. 로또 사이트에 로그인해 상단에 낯선 숫자들이 좀 적혀있어서 놀랐다. 4등 당첨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제 외출해서 밥 사 먹고 커피 사 마시고 마트 가서 쓴 돈 정도는 돌려받은 셈이었다. 로또 4등의 당첨 확률은 대충 700분의 1 정도라고 한다. 새해 첫날 산 로또로 700분의 1의 확률을 뚫다니. 이거 나름 새해엔 토정비결 값을 하느라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징조일까. 액땜 운운 하는 당초의 생각은 참 편리하게 잊어버리고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 용돈이냐고, 잘 쓸게 하고 한참을 웃었다.


그렇지만 이왕 용돈 주는 거 하나만 더 맞았으면 백만 원이고 두 개만 더 맞았으면 20억인데, 하는 볼멘소리를 결국은 잠깐 한다. 아니, 어설프게 하나만 더 맞아서 3등이었으면 그거야말로 안 맞느니만 못했을 테니 차라리 이 정도가 딱 맞는가도 싶다. 지인 중에 로또 3등에 당첨되고도 고깟 번호 하나만 더 맞았으면 팔자를 고쳤을 텐데 하는 생각에 한 달 내내 우울하셨다는 분을 실제로 본 적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하기야 5만 원이 넘으면 그건 '용돈'이라고는 볼 수가 없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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