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없는 월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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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설 연휴 들어가기 전에 했던 미팅이 근 열흘 만에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부대끼고 쓸려 다니는 것 역시 일종의 내성이 필요한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할 때는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거 한 주 빠져먹고 열흘 정도 쉬었다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만큼이나 발걸음이 무거웠다. 가뜩이나 며칠 전 내린 폭설은 채 녹지도 않았고 몇몇 군데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에 짓이겨지고 밟혀 아주 반들반들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버스를 타러 가는 와중에 두어 번쯤 미끄러질 뻔했다.


어찌어찌 미팅을 마치고 나와 봉안당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칠 뻔하고, 다급하게 태그한 버스카드가 자꾸만 카드를 한 장만 대 달라고 삑삑거려(내 지갑 속에는 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카드라고는 한 장밖에 없는데 왜 자꾸만 이런 메시지가 뜨는지 모를 일이다) 갖은 짜증을 내며 간신히 버스에서 내렸다. 반쯤 녹아 얼어붙은 눈 때문에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잘못 디디지 않도록 평소 때보다 부쩍 더 신경을 써야만 했다.


봉안당으로 올라가는 등성이는, 그래도 이틀 전 설날에 비해서는 눈이 많이 녹아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다리에 힘이 그때만큼 많이 들어가지 않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설이 지나고 거의 모든 분들의 앞에 다녀간 가족들이 놓아두고 간 꽃들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그걸 보면서, 그 미끄러운 길에도 꾸역꾸역 설에 와서 꽃 한 송이 두고 오기를 참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안 그랬으면 저 사람은 가족도 없나 설에 왔다가는 사람 하나 없냐고,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게 아닌지.


봉안당에서 나올 무렵부터 하늘에서 싸락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것도 아닌 눈 때문에 며칠 전 그렇게나 고생을 하고 오늘도 그러고 있는 참인데도,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만큼은 잠깐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눈발은 그렇게, 우산을 써야 하나 싶을 정도는 아니면서도 입고 나간 패딩의 소매에 투덕투덕 몇 송이씩 내려앉을 만큼 꾸준히 내렸다.


이 시간에 집에 가서 밥을 차려먹을 것이 끔찍해 대충 밖에서 한 그릇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상 앞에 앉아 잠깐 엉덩이를 붙이고 시계를 보니 오후 네 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아이고 하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남들은 일주일에 5일씩을 이러고 사는데 일주일에 한 번 나갔다 온 걸로 이렇게 죽는소리를 할 일인지. 그렇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월요일은 너무나 피곤하다고, 가능하면 미팅을 다른 요일로 좀 바꾸자고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알아차렸다.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이라는 걸.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가 미팅을 하고, 봉안당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오는 그 루틴이 너무나도 월요일의 그것이었기에, 심지어는 바로 그 전날까지 쉬는 날이었던 패턴까지나 너무나 똑같았기에 나는 오늘이 월요일인 줄로 착각하고 금요일 하루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일은 토요일이고, 그다음은 일요일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는 참 단순하게도 금방 행복해졌다가 급기야 내내 죽는소리를 하며 보낸 하루에 조금 머쓱해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홍철 없는 홍철팀도 아니고 월요일 없는 월요병이라니. 정말이지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는 정말 언제 어디서나 진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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