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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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연휴가 끼면서 매주 월요일마다 하는 미팅의 스케줄이 조금 어긋나 버려서, 지난주와 이번 주는 주말을 사이에 두고 금요일과 월요일에 모두 미팅을 하게 되었다. 내일 미팅에 들고나갈 자료를 이것저것 준비하며 날짜를 확인할 겸 달력을 보다가, 나는 금요일에 뚝 잘려버린 1월 달력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벌써 2월이야. 뭘 했길래.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지난 1월은 도대체 뭘 하면서 지냈는지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후반에 든 설 연휴는 또 그렇다 치더라도 연휴 들어가기 직전까지 내가 도대체 뭘 하면서 올해의 첫 달을 보냈는가 하는 질문에 이렇게까지 깜깜하게 아무 대답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12월에 있었던 계엄 사태가 일정 부분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어서 사건 자체의 폭발력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사건의 큰 줄기는 다 알고 있는 와중에 세세한 디테일들이 덧붙여져 가는 하루하루를 보낸 까닭에 1월엔 이러저러한 일을 했다고 내세울 만한 굵직한 이벤트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크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핑계를 대 봐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사라져 버린 1월 한 달에 대한 당혹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어렴풋이 예상하던 것보다 수십만 원이나 더 나온 카드 결제 금액을 보고 기겁했다가, 이건 뭔가 중복 청구가 되었거나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고 씩씩대며 한 줄 한 줄 체크한 사용 내역이 죄다 내가 아는 내용들이라 결국 그 돈이 전부 내가 쓴 것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때와 비슷한 허탈함과 당혹감이 동시에 밀려드는, 그런 순간과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거듭 중얼거렸다. 도대체 뭘 했다고 벌써 2월이지? 하고.


그래서, 내가 인정할 수 있고 없고 간에 벌써 올해의 12분의 1을 써버렸다는 결론이다. 2월은 가뜩이나 다른 달보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흘이나 짧은 달이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한 달 후에 또 비슷한 내용의 글을 또 브런치에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마 1년의 12분의 1이 아니라 6분의 1을 뭘 했는지도 모르게 보내버리고 난 후겠지. 빨리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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