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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 때는 버스가 한 5분 정도만 안 와도 왜 이렇게 차가 안 오냐며 온갖 짜증을 내고 혀를 찼던 기억이 있지만 경기도로 나오고 보니 버스란 10분 안에만 오면 아주 빨리 오는 것이더라는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월요일 미팅을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섰다. 일요일에 폭설 후 날이 반짝 따뜻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사이 기온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추워져 있었다. 패딩의 지퍼를 채우고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종종걸음으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별로 길지도 않은 거리를 걷는 동안 그야말로 칼날 같은 바람이 연신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아 추워 하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헤아려지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서, 나는 자그마치 32분이나 남은 다음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을 보고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아무리 경기도 버스는 10분 안쪽이면 금방 오는 거고 20분 안쪽이면 좀 기다려야 하는 것이고 20분이 넘으면 그때부터야 조금 신경질이 나는 정도라지만 32분이라니 이건 좀 심한데? 그러나 도리 없는 일이었다. 택시라도 탈 게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32분을 기다려서 버스를 타는 방법 밖에 없었다. 가끔 더러 중간에 타거나 내리는 사람이 없으면 몇 분쯤 빨리 도착하기도 하던데 버스는 32분을 아주 꽉 채워서 겨우 왔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32분의 시간이 3시간 20분쯤은 되는 듯이 느껴졌다.
첫 스타트를 그 모양으로 끊어서 그런지 어제는 하루 종일 버스를 한번 갈아탈 때마다 짧으면 15분 길면 20분씩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미팅을 마치고 봉안당에 들렀다 집에 돌아와 보니 보통 집에 돌아오는 시간보다 한 시간 반쯤이나 늦은 시간이었다. 여느 때처럼 밥을 밖에서 먹은 것도 아니고 마트 같은 데를 들러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온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늦어졌나 하고 곰곰이 따져보니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 시간이 대충 기억나는 것만 따져도 한 시간 10분 이상이었다. 매일매일이 오늘 같아서야 버스 타고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한동안 버스 갈아타는 일진이 너무 좋아 어지간한 버스는 다 10분도 아닌 5분이나 7, 8분 안에 도착하던 나날이 꽤나 오래 계속되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뭐든 비슷하지만 사람에게 주어진 운은 총량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법이고 한동안 운이 좋았으니 어제는 그동안 밀려있던 불운을 한 번 털어낼 필요가 있었나 보다. 그러기엔 어제 날씨는 너무 추웠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