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비슷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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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나는 어딘가에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한다. 게다가 성격상 별다른 용건 없이 나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히 나갈 일이 없을 때 재활용 쓰레기 등을 내다 버릴 일조차 없으면 현관 우편함에조차 가보지 않고 하루가 지나갈 때도 더러 있다.


쌓인 재활용 종이 쓰레기를 좀 내다 놓으러 나갔다가 관공서에서 보내는 연두색 봉투 같은 것이 우편함에 꽂혀 있는 걸 보고 또 무슨 달갑잖은 우편물인가 하는 생각에 이맛살을 찌푸리다가 한 달쯤 전 비슷한 봉투에 담긴 우편물 하나를 받고 책상 한 구석에 대충 던져놓았던 것이 생각났다. 아차차. 작년 분 소음보상금. 올해도 3년째 신청하는 짬바로 그게 분명히 신청은 2월 말까지고 실제 지급은 8월이던지 그랬던 거 같긴 한데, 괜히 마음이 다급해져서 손에 든 종이 쓰레기를 적당히 부려놓고 허둥지둥 집으로 올라와 신청서를 살펴보았다. 역시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이 대충 맞았다.


뭐든 두 번 세 번 하면 요령이 붙어서, 첫 해에는 우편으로 온 신청서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이름과 계좌번호 따위를 써서 스캔씩이나 해서 이메일로 보냈었는데 작년에는 공개되어 있는 서식에 편하게 타이핑을 쳐서 스캔해 둔 도장 이미지 파일을 올린 후 'PDF로 저장하기' 옵션으로 저장한 후 이메일로 보냈었다. 관공서 서식이라는 것이 1년 사이에 바뀌었을 리는 별로 없고, 날짜나 적당하게 고쳐서 다시 메일로 보내면 될 일이었다. 다만 얼마 전 컴퓨터가 파업을 하면서 윈도우를 다시 깔았고 그 바람에 저장해 둔 경로들이 죄다 초기화 되어버려 파일을 살리는 데는 약간의 실랑이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올해부터는 정부 24 사이트 내에 신청 페이지가 따로 마련되어서 본인 인증만 거치면 아무런 준비 서류 없이도 편하게 소음보상금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우편물은 온라인 신청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직접 수기로 써서 우편으로 보낼 때 사용하라고 보낸 모양이었다. 하기야 이런 온라인 신청 페이지가 진작 생기지 않은 게 좀 이상했다고, 어렵사리 찾은 신청서 파일을 머쓱하게 닫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소음보상금 이야기는 섣부르게 브런치에 한 번 올렸다가 때 아니게 몇 만이나 되는 히트수가 나오는 바람에 좀 제풀에 당황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뭐,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이니 설마 또 그렇게 히트를 타지는 않겠지. 그냥 또 한 해가 그렇게 지나갔구나 하는 하나의 표식인 듯이 그렇게 느껴지긴 한다. 작년에 받은 20만 원 남짓한 소음 보상금은 어떻게 썼더라 곰곰이 되짚어보지만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아마 올해 보상금도 그렇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 돈으로 올해 여름엔 정말 1박 2일 호캉스라도 다녀와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작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는 기억을 떠올린다. 참 사는 건 대개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maxresdefault.jpg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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