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9
자주 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식빵 맛있게 먹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라는 글 하나가 올라왔다. 그 아래로는 프렌치 토스트, 길거리 토스트, 샌드위치, 몬테크리스토까지 온갖 종류의 레시피가 다 올라왔다. 물론 개중엔 그냥 땅콩버터나 잼, 버터, 스프레드를 발라서 먹는 게 가성비로는 최고라는 게으른 댓글도 달려 있었다. 그보다 더 게으른 댓글을 하나 달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식빵이 맛있으면 그냥 먹는 게 제일 맛있습니다, 하고.
서울에 가게 되면 온갖 핑계를 다 대서 들르던 빵집 중에 마포에 있는 한 베이커리가 있었다. 좁은 뒷길을 한참이나 돌아 돌아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는 이 베이커리는 요즘 식의 세련되고 예쁜 베이커리와는 사뭇 거리가 먼, 내가 어릴 때 집 어귀에 있던 동네 빵집 같은 외양을 하고 있다. 발을 끊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려나 모르겠으나 예전엔 메뉴도 달랑 세 가지(우유식빵, 밤식빵, 아몬드 소보로) 뿐이었다. 그러나 이 허술해 보이는 베이커리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식빵맛집'이어서(실제로 사장님이 일본의 유명 제빵 학교를 졸업한 분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점심시간을 지나서 가면 그날 만든 빵을 다 팔고 문을 닫아버리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에 꼭 오전에 들러야 했다.
그와 이 빵집에 들르면 우리는 대개 식빵을 두 개 샀다. 하나는 집으로 들고 가고 하나는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구 뜯어서 한 입씩 먹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는 탄식에 가까운 감탄을 했다. 인간적으로 식빵이라는 게 뭐 안 바르고 먹으면 니 맛도 내 맛도 없어야 정상인 거 아니냐고, 근데 뭐 이렇게 간도 딱 맞고 맛있을 수가 있느냐고. 나는 사실 그의 말에 그렇게까지 동의를 하지는 못했다. 그 집 식빵이 맛있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식빵에 비해 그렇게까지 우월한가 하는 점을 잘 실감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다. 가까운 곳도 아닌 서울에, 심지어는 정확한 위치조차 가물가물한 그 베이커리에 식빵 하나를 사 먹기 위해 다시 갈 일이 과연 있을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 모든 상념의 시발점이 된 그 게시물에 기어이 게으르디 게으른 댓글 하나를 달았다. 맛있는 식빵은 따끈따끈할 때 그냥 손으로 뜯어먹는 게 제일 맛있습니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