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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안당 제실 안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은 꽤 한정적이다. 일단 부패할 수 있는 것이나 상할 수 있는 것 등은 전부 금지이기 때문에 음식이나 꽃 종류는 넣지 못한다. 담배 같은 것도 비닐 포장을 뜯지 않은 것만 넣을 수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떠나기 몇 달 전에 담배를 끊지 않았다면 그의 제실 안에도 담배가 한 갑쯤은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의 봉안당 제실 안에는 이런 엄격한 규정을 통과한 몇 가지 물건이 들어 있다. 그가 떠나간 후에 출간되어 그는 읽어보지 못한 내 책도 한 권 들어 있고 그가 활동하던 온라인 카페 회원 분들이 달아주신 추모댓글을 프린트한 편지도 들어 있고 즐겨 하던 모바일게임 제작진 분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긴히 그려서 보내주신 고양이 캐릭터로 만든 작은 판넬도 들어 있다. 그 외에 그의 자동차 키라든가 슬램덩크에 나오는 북산고등학교 유니폼 모양의 배지(배번은 10번이다)라든가 며칠 전 브런치에도 언급한 작은 오르골이라든가 하는 자잘한 소품들이 이것저것 들어 있다. 그리고 조그만 상자에 든 걱정인형이 한 세트 들어가 있다. 잘 때 베개 밑에 두고 자면 걱정을 대신 가져다준다는 과테말라의 그 민속 인형 말이다.
이 걱정인형은 그의 삼우제를 지내고 나서 그의 제실 안에 무엇을 넣어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불쑥 생각나서 인터넷에서 같은 것으로 두 세트 구입해 하나를 넣어둔 것이다. 길지도 않은 인생 내내 온갖 걱정만 하다가 떠난 사람이고 심지어 그곳에 가서도 못다 한 걱정 때문에 편히 쉬지도 못하겠구나 싶어서 샀었다. 하나는 빨간 상자 하나는 파란 상자였는데 고민 끝에 내가 빨간 상자를 가지고 파란 상자를 그의 제실 안에 넣어 두었었다.
하루를 푹 쉬고 나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영 개운하게 낫지는 않은 무거운 몸을 끌고 미팅을 마친 후 봉안당까지 올라가다가 기어이 얼음을 잘못 밟아 한번 엉덩방아까지 찧어가며 그의 앞에 가서 또 이런저런 넋두리를 한참이나 하고 돌아왔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제실 안에 놓여있는 파란 상자에 들어있는 걱정인형을 봤다. 그러고 보니 같이 산 내 걱정인형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원래는 베개 밑에 두는 것이라지만 그건 좀 내키지가 않아서 침대 옆 작은 사이드테이블에 놔두었던 것 같은데 통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여기저기 한참을 찾아봤지만 내 걱정인형은 상자째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떠나고 난 후 우리 집에는 이렇다 할 손님 한 번 온 적이 없고 설령 왔다 갔다 한들 그깟 나무막대에 색실로 칭칭 동여매 만든 걱정인형 따위가 뭐라고 그걸 가져갔을 리도 없으니 내 걱정인형은 크지도 않은 우리 집 안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 맞는 모양이다. 정말로 얘네가 내 걱정을 그에게 가져가 일러바치기라도 하고 있는 모양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반면에 그의 각정인형은 제실 안에 얌전히 잘 있으니, 그에게는 나에게 일러바칠 만한 걱정거리라고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