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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좀 이상해서 한참 날이 춥고 눈이 많이 올 때는 낙상을 하지 않다가 날이 풀리고 나니 두 번이나 길에서 자빠지는 일이 있았다. 두 번 다 그의 봉안당을 올라가는 둔덕에서였다. 처음엔 눈 덮인 아래 블랙아이스가 있는 줄을 모르고 잘못 밟아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었고 금요일에는 딴에는 얕은수를 써서 눈이 덜 쌓인 인도 아래 갓길로 내려서서 걸어가다가 과속방지턱 쪽에 살얼음이 얼어있는 걸 잘못 밟아 고스란히 미끄러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엉덩방아가 아니라 한쪽 무릎만 호되게 찧는 선에서 선방했다. 크게 안 다쳤으니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집에 왔다.
그러나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보니 이걸 과연 선방이라고 해야 하나 싶을 만큼 무릎이 까져 있었다. 미끄러지는 그 순간에 온몸의 체중이 다 실린 덕분인지 찰과상이라기보다는 멍에 가까운 둥그런 상처가 져 있었고 그 아래로 피가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뭐, 뼈 안 다쳤으니 됐고 이까짓 멍이야 며칠 지나면 낫겠지. 샤워를 하면서 상처에 물이 닿았을 때는 비명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아팠지만 뭐 그렇게 대충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나는 당장 다음날부터 이게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일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아래로 내려올 때, 방을 닦을 때, 방을 닦고 홈트를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바닥에 무릎을 대다가 뜨끔한 통증에 흠칫흠칫 놀라는 일이 잦다. 그 결과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다리가 두 쪽이긴 하지만 내게는 왼쪽 무릎을 먼저 꿇고 다음으로 오른쪽 무릎을 꿇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다친 무릎이 하필 왼쪽이라 오른쪽 다리가 무릎을 꿇기 직전 힘이 확 들어가는 순간이 있고, 이때가 식은땀이 바싹 날 정도로 아프다. 나는 오른손잡이라 뭐든 오른손 위주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왼쪽 무릎 좀 까진 것 정도는 별 일 아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전신 안 아픈 곳이 없고, 어깨도 아프고 견갑골 쪽도 뻐근하고 그래서 이젠 번쩍번쩍 팔을 쳐들기가 조심스럽다고는 생각했지만 요행히 아직 무릎은 시리거나 아프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지 별 것도 아닌 넘어진 찰과상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내게도 무릎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절감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든 말없이 탈없이 제 일을 할 때는 그게 거기 있는 줄도 모르고 아프고 고장 나고 시원치 않아져야만 그 존재를 알게 된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