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땐 나가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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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오랜만에 전화를 주신 지인 분과 통화를 하면서 요즘은 나이만 해도 두서너 가지 되다 보니 그냥 생년을 대는 게 빠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설프게 만 나이 이런 걸 말했다가는 한두 살 정도의 '실제 나이'와 오차가 생기고, 그래서 동갑에게 존댓말을 쓰거나 한 살 많은 사람에게 반말을 하거나 하는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그냥 아무년 생이다 하고 생년을 까는 게 제일 쉽고 빠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 마흔 넘고 나니 내가 몇 살인지 얼른 계산이 안 되는 것도 있다는 말을 했더니 나이도 어린 게 못하는 소리가 없다며 한참이나 깔깔 웃으셨다.(지인 분의 연세는 나보다 열 살 정도 많으시다)


갑자기 수상할 만큼 따뜻해진 날씨 이야기를 하다가 너 요새 운동은 좀 하느냐는 뜨끔한 질문을 하셨다. 평소 안부 전화를 하실 때마다 나이 들면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몸 건강한 게 최고라고, 뭐라도 운동을 좀 하든가 그게 돈 들고 귀찮으면 집 근처 산책이라도 30분씩 하라는 애정 어린 잔소리를 잊지 않고 하시는 분이시니까. 출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너는 노다지 집에만 있으니 더 운동해야 한다는 구구절절 옳은 말씀 앞에 이렇다 할 변명 한 마디 하지 못하고 그러게요 만 연발하며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꼭 운동이 아니라도 날 좋을 때 나가 놀아야지. 아직 젊은데. 그 말씀을 듣고 아유 제가 뭐가 젊어요 하고 한 마디 했다가 그야말로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내가 네 나이만 됐으면 천하에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겠다는 그 말 앞에 머쓱한 웃음으로 대충 실언을 얼버무렸다.


그러고 보면 비슷한 생각을, 나도 나보다 열 살 열다섯 살 어린 분들의 글을 보고 하긴 한다. 자주 가는 카페 게시판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이직을 하고 싶은데 나이를 너무 먹은 것 같아 걱정이라는 30대 분들의 글이 올라오면 하고 싶은 말이 쏟아져 나오는 속도에 타자를 치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잠깐 숨을 골라야 한다. 가끔 이 나이를 먹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쌓아놓은 스펙도 없고 심지어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고, 제 인생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는 20대분들의 글을 보면 당혹을 앞선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나보다 열 살 많으신 지인 분이 나에게 그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게. 더 클래식의 어느 노래 가사처럼 '젊었을 때 나가 놀'려고 보니 지난 주말의 그 반짝 포근했던 날씨는 이제 또 슬금슬금 원위치를 해서 적당한 겨울 날씨 정도로 되돌아가버린 모양이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가 놀면서 살아야지. 2월 말부터는 날씨도 풀린다고 하니까 더더욱 말이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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