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여름,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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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연일 무척 덥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날이 맑고 햇빛이 나면 그런대로 덥다. 요즘 나오는 에어컨들은 집 밖에서 미리 켜놓는 것도 가능하다는 모양이지만 우리 집 에어컨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마치 한증막 같은 뜨근한 공기에 숨이 훅 막힌다.


그와 나는 참 많은 점에서 서로 달랐는데 그중 하나가 외출할 때의 창문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그는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무조건 열어놓고 외출하는 쪽이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집에 있다 보면 창문을 잘 열지 않게 되니 환기도 잘 되지 않으니까 집이 빈 틈에 환기도 시키고 집 안 공기도 좀 시원하게 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반대로 나는 무조건 닫고 나가는 쪽이었다. 이유는 다른 게 없었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지 않느냐는 게 나의 이유였다. 요즘 들어 많이 변덕스러워진 날씨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고 외출했다가 잠깐 들이친 소나기에 외출했다 돌아와서 옷도 채 갈아입지 못하고 엉망이 된 집안을 치우느라 난리를 친 적이 많이는 아니고 딱 두어 번 정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꼬박꼬박 그때 일을 들먹거리며 이번에도 그러면 어쩔 거냐고 그가 열어놓은 창문을 꾸역꾸역 다 닫았다. 결국 그렇게 한참을 투닥거리다 우리는 창문을 한 뼘에서 절반 정도만 열어놓고 외출하는 걸로 타협을 보곤 했었다.


그리고 이제 내 말에 반대할 사람이 없어져 버린 지금, 우리 집 창문은 외출할 때마다 철통같이 닫히고 있다.


연일 무척 덥다. 선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마스크까지 끼고 나갔다 돌아오면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다. 그 와중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낮의 햇빛에 후끈해진 집안 공기가 확 밀려 나오고, 그 순간 무사히 집에 왔다는 안도감은 싹 날아가버리고 은근한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우리 집 에어컨은 켜고 나서도 이제 좀 시원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더욱 그렇다. 아마 그런 순간들에 그가 집에 있었더라면. 그래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는 아마 일 다 보고 차 타기 전에 꼭 전화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을 것이고 내가 돌아올 때쯤엔 우리 집은 냉장고의 냉장실마냥 시원해져 있었을 것이다. 세수를 하고 나오면 미리 준비해 놓았던 커피를 내주며 오늘 고생했다는 다정한 인사를 해왔을 테고 나는 그 커피를 성급하게 벌컥벌컥 마시고는 오늘 밖에 나가서 있었던 일들을 한참 동안 신이 나서 떠들어댔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미 땀은 웬만큼 식고, 나는 아마 내가 오늘 하루 이 무더위에 밖에 나가 진땀을 흘리며 돌아다녔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게 지극히 당연한 일들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 일상이 천년만년 계속될 줄로만 알았다. 그때는.


오늘은 조금 길게 집을 비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오늘 하루 내내 창문이 꼭꼭 닫힌 채 한낮의 그 뜨거운 볕을 고스란히 맞아야 할 테고, 밤이 되어 돌아와 보면 잔뜩 후끈해진 채로 나를 맞겠지. 이젠 어쩔 수 없다. 아무도 나를 위해 에어컨을 미리 켜놓고 시원해진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그가 떠나버린 나의 삶은 앞으로도 내내 이런 식일 것이다.


빨리 익숙해져야 할 텐데, 그리 쉽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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